그동안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를 여행했지만, 베트남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베트남의 매력은 주로 '가성비'였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단지 저렴한 물가를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여행'이었기에, 가성비만으로는 베트남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치 않았다. 낯선 풍경, 다른 언어, 독특한 생활방식을 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진정한 여행이었다.
그러다 왜 갑자기 갔나?
그런 나의 편견을 깨뜨린 남편 친구의 한마디였다.
다낭, 나트랑, 푸꾸옥 등에서 한두 달씩 머물며 쉼, 저렴한 음식,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다는 그의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단지 후기만으로 한 나라를 평가하는 것이 나의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11일 동안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정말 대단한 베트남 사람들'을 보았다.
여행 내내 인상 깊었던 것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월등히 좋았던 베트남의 치안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거리를 거닐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은 생활력이 강하다.
길거리에 고정되거나 이동하며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
노점상에서 돈을 벌면 다음은 한 곳에 정착하는 듯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의 골목에 정착해 빨간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장사를 한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돈을 벌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장사를 계속 이어간다.
베트남 쌀국수, 미꽝, 반미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의 리뷰를 훑어보면 대부분 이런 성공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아주 유명한 카페나 음식점의 경우는 아르바이트생이 있고, 아주 상업화되었지만,
작은 가게들은 대부분 온 가족이 나와서 함께 일을 한다.
할아버지가 옆에서 거들고, 할머니나 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딸은 관광객들에게 주문을 받고, 아빠는 설거지를 한다. 각자 역할을 나누어 일하고 분업화되어 있다.
베트남은 가족 공동체사회인지 소규모 가게에는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대가족 중심으로 함께 모여사는 모습이 마치 30년 전 한국의 대가족 사회를 보는 듯했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하며 돈을 벌 수 있고, 저렴한 물가 덕분에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은 자연스럽게 사회안정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뭐라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점점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심지어 그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마저도 발리에서 본 동물보다 훨씬 통통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이는 화려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삶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베트남의 강한 민족적 자부심도 인상적이었다.
집이든 가게든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국기는 처음엔 공산국가스러운 낯선 느낌을 주었다.
오랜 전쟁 끝에 강대국을 이겨낸 그들의 강인한 정신과 문화를 상징하는 것일까.
빨간 바탕에 노란 별이 그려진 국기는 단순히 국가적인 상징을 넘어, 일상 속에서 그들의 당당한 자존감을 보여주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베트남은 내게 그저 '가성비'라는 단어로만 알던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베트남은 달랐다.
오랜 역사와 세월이 빚어낸 낡은 고택의 고풍스러움,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인한 삶의 태도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진정 내가 원했던 여행의 스토리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그들의 삶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었던 그 경험 자체가 소중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이다.
베트남은 이제 내게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나의 여행 스토리와 더불어 '가성비'는 정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