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가르쳐준 '근사하게 나이드는 법'
오늘 아침에는 원래 맞춰든 알람을 끄고 한시간쯤 후에 천천히 준비를 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운동화를 신고 끈을 매려고하자 흙먼지가 새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요새 숲길을 자주 가긴하나보다. 졸린눈을 비비고 모자를 쓰고 음악을 들으며 집밖으로 나섰다. 산책로쪽으로 늘 그렇듯 향했다. 일요일 아침 7시 50분쯤이었는데 주말이라 어쩐지 평일보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지는않았다. 천천히 몸을 풀면서 다리쪽으로 향했다. 오후에 비가 올 날씨라서 그런지 약간 흐린 날씨. 이런 날씨가 운동하기는 더 좋다. 가끔씩 아침 일찍 운이 좋으면 토끼들을 산책로옆에 있는 잔디밭에서 볼수있다. 그런날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웬지 네잎클로버를 발견한듯한 작은 기쁨이 피곤한 몸을 깨워준다.
오늘부터는 트레일러닝 거리를 아주 조금씩 늘려보기로했다. 아주 조금씩만... 나의 뇌가 저항하지않고 받아들일수있도록 뇌를 속이는것이다. 빠르게 걷다보니 어느새 숲길 초입에 들어선다. 일단 스트레칭을 가볍게 해주었다. 저쪽에서 호주 할머니 3분이 걸어오신다. 할머니 한분은 한손에 장우선 하나가 들려있다. 내 복장을 보시고 왼쪽에 있던 의자에서 잠시 앉으신다. 나는 또 비트있는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뛰기시작한다. 다시 시작되는 오름과 내림, 내리막길에서는 지그재그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간다. 무릎에 무리가 없도록. 숲은 마치 인생길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어쩌면 이 숲의 모습과 닮아있기도하다.
내가 생각하던 좋은일이라는 것들이 반드시 그렇게 좋은것만은 아니듯, 악재라고 생각했던일들이 오히려 나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서 돌아오기도한다. 맞다. "새옹지마" 그거다. 이번에 내가 건강검진에서 느꼈듯이 오히려 약간의 문제점은 거기서 끝나지않고 이렇게 나에게 셀프케어할수있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준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목표지점까지 도달했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평소보다 4분 일찍 도착해있었다. "오케이, 조금만 더 가보자"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조금 더 가니 작은 케이트같은게 보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잘했어!"하며 나 자신을 칭찬해준다. 천천히 밑으로 내려갈려는데 아까 그 초입에서 본 할머니 그룹이 올라온다. 그중에 한분이 나에게 "Morning~"하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나도 살짝 웃으며 "Morning~"하며 지나갔다. 예전에는 진짜 동네에서 모르는 분들 마주쳐도 "Hello~"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샌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거의 없는편이다. 아무래도 경기도 안좋고 사람들의 표정이 경직되어있다. 역시 삶이란것은 녹록치않다.
평소에는 집에 가는길에는 천천히 음악들으며 걸었는데 오늘은 웬지 좀 더 달려보고싶었다. 천천히 다시 오름에서는 내 페이스대로 뛰고 내림에선 천천히 지그재그로 가볍게 뛰어내려간다. 오늘은 몸이 더 잘 받쳐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걷고 뛰다보니 숲을 벗어나 다시 다리를 건너 산책로에 진입했다. 아까보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며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고있었다.나도 천천히 마무리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트레일러닝은 웬지 좀더 알찬 느낌이었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알차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일단 에어컨을 키고 유리컵에 커다란 얼음을 넣고 콜라를 반쯤 따랐다. 마시자마자 또 "캬아~"소리가 절로 나왔다. 운동후 마시는 얼음띄운 콜라가 정말 최고의 보상이다.
조금 쉰후에 샤워를 했다. 운동후 샤워는 더 좋다. 온몸을 따뜻하게 마사지받는 느낌이다.
오늘의 트레일러닝은 짧지만 강렬했다. 많은것들을 숲에서 배우는 느낌이다.
내일은 리커버리데이를 가질 예정이다. 열심히 일한 몸에게 하루쯤은 휴식을 주어야겠다.
그리고나면 그 다음날엔 더 알차게 트레일러닝을 할수있을꺼같다.
마라톤같이 길게, 꾸준히 나와 함께할 트레일러닝이다.
이렇게 병아리 트레일러너는 매일 매일 성장중이다. 내일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