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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Sep 22. 2022

강원도 양구 두무 산촌 세 달 살기 체험기

- 탱크와 장갑차를 보았어요 영화에서처럼,

 매일 아침 공복에 두무리  걷기를 오늘 아침은 빼먹었다  약속인데  어제 산길을 좀 무리해서 올랐더니  밤에 무릎에 통증이 와 잠이 오질 않았다 뿌리는 물파스로 무릎을 달래 보려 했으나 거의 새벽녘까지 뒤척이다 그만 늦잠을 자버린 것이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 딱이었다 시큰거리는 발목도 한몫했다 체중감량 10킬로가 무리인가도 싶어졌다  간단한 아침을 하고 걸으러 가자고 했다 주로 동네와 농로를 걷는데 오늘은 도로변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비닐하우스 군락을 지나  잡초 속에 핀 들꽃이나 꼬리를 살랑이는 강아지풀들과 눈 맞추는 것도 재미있어 볼거리 많은 농로로 접어들었다 하우스에는 피망이며 고추며 배추나 열무 쪽파들이 파란 꽃처럼 자라고 있었다 도로에 접어들었다 지축이 울리는 듯 땅이 쿵쾅거렸다 세상에 영화에서나 ㅂㆍ았던 탱크들이 줄지어 오고 있었다 탱크에는 앳된 군인 두세 명이 타고 있었다 우리 아들 또래 같아 손을 흔들어 주니 군인들도 손을 흔들어 줬다

양구가 최전방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양구읍을 나가는 길목에 보았던 군인부대 표지판이 생각났다  탱크들 꽁무니에 장갑차도 두 세대 따라왔다 훈련 중이나 보다 했다  이 도로가 아마도 군사도로인가 보다고도 했다 맨 마지막엔 119 구급대 같은 십자가 표시 차도 따라왔다 그렇게 도로 한견에 서서 우물쩍 거리며 탱크와 장갑차 부대를 흘려보내고 나니 해는 중천에 떠올라 제법 따가운 대낮이 되고 있었다 우린 윗동네로 가는 농로를 얼마나 더 걷다가 애정 행각 중인 빨간 잠자리도 사진 찍으며 누렇게 익은 논길을 걸어 우리 두모리 산촌으로 돌아왔다 아, 오늘은 탱크와 장갑차를 본 날이었다  내일부터는 무리하지 않게 적절히 걸어야겠다  옆방 선생님이 통증에 좋다는 울금을 주어 두 스푼 물에 먹고 나니 기분인지 통증이 덜한 것 같았다 각자인 듯 살면서도 더불어 공동체로 살아가는 두무리 산촌이 날로 정겹고 사랑스러워졌다 우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 우린 테라스 그늘을 찾아 모여 앉아 늦은 모닝커피를 나눠 마셨다 하늘과 땅만 빼고 온통 숲이고 나무이고 산인 두무리, 정겨운 이름이다 어느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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