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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Sep 23. 2022

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체험

산속은 다채로워라

모닝커피 타임이 길어져 3호실 권 선생님이 손수 만든 무화과잼이랑 빵을 준비하시고 4호실 총무님이 내려온 커피랑 꽃차를 즐기느라  시계는 어느덧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체중감량을 위해 산책을 가러 주섬주섬 나섰다  거의 매일 걷는 동네 안 길을 걷기로 했다  마을회관 앞 고구마밭에선  두 분 내외가 고구마를 캐고 계셨다 붉은 몸 고구마가 흙 위 밭두렁에 놓여 있었다 그 사이 벼들은 거의 다 수확이 끝나 볏짚만 놓여 있었다  다리 밑 천 엔 물고기들이 꼬리를 살랑이며 노닐고 있었다  곳곳이 빙 둘러 산이니 계곡물이 흘러내린 천변 물은 맑고 깨끗한 1 급수 같아 보였다 물고기를 잡아오면 맛있게 매운탕을 끓여 주마했는데 언제 잡아 올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산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하얀색 지붕의 민가가 두 채있다

맨드라미며 달리아며 봉숭아까지 꽃들이 많은 집이다  조금 더 오르면 양봉 벌꿀통이 20여 개도 넘게 있다 벌꿀통 근처에는 일벌들이  늘 왕왕대며 날아다닌다 여왕벌을 향한 일벌들의 충심일까 하며 지난다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마구 날아다니고 조금 더 올라가면 내가 쉬어 가는 아지트 바위가 나온다 나는 거기 앉아 숨을 고르며 박수도 치며 놀기도 한다

거기 앉았는데 오늘도 다람쥐 한 마리가 풀숲에서 나오더니  종종거리며 길을 지나 숲으로 사라졌다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바쁜 걸음이었다 조금 더 오르면 큰 소나무가 있는 언덕배기다  걷는데 솔방울 모양의 커다란 솔방울이 보였다 남편은 잣나무 같다며 솔방울을 해체하더니 잣이라며 환호를 했다  솔방울 속에서 잣 모양의 껍질이 나왔다 그 하나를 이로 깨물었더니 잣의 흰 속살이 나왔다 신기했다

물론 이름 모르는 야생화 같은 들꽃들이 주는 자잘한 설렘도 늘 있는 산의 다채로움에 우린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하고 잣송이를 해부해 잣을 줍느라 부산도 스러웠다 내려오는 계곡물엔 피라미 같은 고기들이 굼실대고 있었다  민가 집 마당에 서 있는 밤나무는 익어 노란 입에 터질 듯이 밤송이를 물고 있었다 풍요롭고 풍요로 충만한 두무리 마을을 걸어오는데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시원했다  만보기는 4천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은 숲 속은 다채롭고 재밌는 놀이터 같았다 심심할 틈 없는  어느덧 점심 때라고 배꼽시계가 시간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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