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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Oct 02. 2022

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 엄나무 듬뿍인 닭백숙과 송이버섯 향으로 허리둘레가 늘어난 저녁이었어요

두무산촌 후반기 팀인 우리 팀 2호실에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시고  꿈의 섬 제주도로 날아가 10년째 살고 계신 선생님이 역시 초등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사모님과 입주를 하셨다  영어 교과서도 집필하신 분이시다  은퇴를 하시고 살아온 곳을 정리하고 꿈꾸던 제주를 향해 사모님 손을 붙잡고 날아가셨다고 한다 것도 단호히, 이사를 가셨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생활권이며 인맥들이며 자녀들 문제까지 쉽지 않았을 결정을  꿈꾸던 노후를 위해 많은 갈등을 접고 이주하셨다는 것이 우선 좀 놀라웠고 대단한 분이시라는 존경이 일었다

생활도 얼마나 열정적이신지 일찍 두 분이서 골프나 명소나 산행을 나서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두 분을 뵐 때마다 우리도 그런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었다

공을 치러 나가셨다 들어오시는 길에 교장선생님은  오늘 직접 시장까지 가셔 닭집에서 샀다며 커다란 닭을 두 마리나 들고 오셨다  이미 닭백숙에 필요한 식재료며 야채까지 듬뿍 사 오셨다 회장님은 닭의 기름기 제거에 좋다는 엄나무를 가져오셨다 큰 냄비가 없어 사무장님께서 큰 들통을 내주셨다  마늘이며 약재며 또 미리 까 놓은 밤까지 넣어 닭백숙을 했다  푹 고아진 닭백숙이 테라스 테이블  식탁으로 배달되어 세팅되고 우린 다 숟가락을 빼물고 둘러앉았다

아 그런데 참기름 소금장을 회장님이 준비하라셨다 참기름장이 가운데 놓이니 회장님은 강원도의 특산품인 그 비싼 송이버섯을  손질하셔  잘게 찢어 먹어 보라고 하셨다 송이버섯의 향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그 향긋함이라니 무공해 순수 자연향이 숲의 향이 그 향일까 싶었다  오염과 인조라고는 한 톨도 없는 천연의 향이었다  명절이면 백화점 진열대에 곱게 포장되어 있던 넘 고가품이던 송이를 우린 아껴 가며 먹었을까  단체 저녁 닭백숙을 해 먹자며 사 오신 교장 선생님 부부의 손길이 준 가을밤의 포만스럼과 회장님이 공수해오신  강원도의 특산품 송이로 행복했던 저녁 식사로 우린 얼마나 많은 웃음을 터트리며 엔도르핀을 팡팡 터트린 밤이었는지 그렇게 가을밤은 무르익고 있었다  행복한 밤이었다  일면식도 없이 50년 60년을 넘게 살아오다 은퇴 후 자연에서 숲과 함께 살고픈 소망 하나로 이렇듯 모인 사람들이 하나 되어 마음을 나누며  음식을 나눔 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게 힐링이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감동과 선물이려니 싶은 순간이었다

산중의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별들이 총총 반짝이는 밤이었다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살 수도 없는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 찬 밤이었다 한교 장선생님 감사했습니다  내내 건강 행복하시어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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