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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Oct 02. 2022

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 생표고버섯전을 드셔 보셨나요?

볕이 좋아 테라스로 나갔는데 3호실 앞 테라스에 앉아 계시던(우린 대학교수님으로 정년 하셔  y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교수님이 바구니에 담긴 무언가를 다듬고 계시다 한 접시 담아 주시면서 반찬해 드세요 했다 받아보니 생표고버섯이었다 모양도 아기 손바닥처럼 예뻤다 인제장에 갔다가 사람들이 많이 사기에 사셨다고 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내 입에서  와 맛있는 표고네요 하면서 생표고는 전 부쳐 먹으면 소고기보다 더 맛있어요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모님이 나오시면서 말리면 더 영양소가 많아진다고 해서 말려 볼 생각이다고 하셨다 비싼 표고를 선뜻 내주신 교수님께 감사해하며 난 부엌으로 들어갔다 싱싱하고 향도 좋았다 왜 우린 먹거리 앞에서  무구히 행복해지는지?

물로 한번 씻어 치킨 타월로 물기를 제거했다 달걀물을 풀고 매운 고추와 쪽파를 다지고 소금과 후추로 버섯의 밑간을 했다 교수님의 짝꿍 우아하신 권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4호실 구선생님도 합세했다 노릇노릇 맛있는 표고전을 권 선생님이 지져내셨다  그 많은 버섯을 우린 다 전으로 부쳤다

이윽고 테라스에 점심 식탁이 차려졌다 모두들 맛있다고 했다 다른 반찬 없이도 표고 향이 가득한 전으로 우린 냠냠

맛있는 점심 한 끼를 거뜬히 마쳤다 연이어 4호실 선생님이 내려오신 커피와 꽃차로 후식까지 행복한 점심일 줄이야  커피를 다 마시고도 자리를 뜰 생각 없이 마주 보고 웃음 웃으며  빙둘러싼 산과 소나무에 대해 또 함께 갈 산행에 대해 웃음꽃을 피웠다 며칠 후  Y교수님 사모님이 잘 말린 표고버섯을 또 내어 주셨다  생표고전을 먹은 기억이 있는지라 염치도 없이 또 말린 표고를 받아 들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아낌없이 내주시던 윤 교수님처럼  늘 화사한 표정에 다 정다 감히 선하고 좋은 기운을  주시는  사모님이 건네주는 버선을  사양도 없이 받아 들고 말았으니

우린 또 표고버섯을 불려 점심을 또 표고전으로 장식하고 말았으니 염치는  다 어디로 출장을 갔을까? 사양지심도 없이 표고를 바닥 내 버린 우리의 식욕 식탐이라니 아니 우리가 아니라 순전히  내 식탐이며 식욕이었다

강원도에 와서 참 맛있는 먹거리 중 하나가 버섯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5일장에 가 아기 손바닥만 한 생표고를 나도 사러 가리라고 생각하며 밥상머리에서 정이나고 사랑도 난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수긍 인정하며  표고버섯으로 즐거웠던  며칠이었다 교수님,  그리고 권 선생님 맛있었고 감사했습니다  늦은 인사를 여기에서 올립니다요 꾸~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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