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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도시인 조수일 Oct 07. 2022

강원도 양구 두무산촌 세 달 살기

- 산길에서 잣을 쪼아 먹는 새를 봤어요

두무산촌을 세 달 살기 오면서 10킬로 체중감량이 목표 중 하나였다 그래서 아침밥을 먹기 전 공복 상태에서  늘 걷곤 했다 4 천보  정도니  숙소인 두무산촌을 나서  진두교를 지나  들깻잎 밭을 꺾으면 나오는 마을회관을 지나 계곡을 끼고  쭉 걷는다 계곡 쪽으로는 고추밭이나 비닐하우스가 이어지고 마을길 우측은 주로  논농사 벼농사가 끝난 논들이 대부분인데 요즘엔 대부분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군락을 지나  두 번째 다리까지 가서 마을길을 조금 더 걸으면 좌측에 흰 집이 두채 보이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쭉 산길로 이어진다

 고추밭이 있고 다래  같은 산열매 밭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벌꿀통이 한 무더기 30여 개 놓인 양봉원이 있다 벌들이 모여 웅성대곤 한다  위로 올라가면 좀 큰 고추밭이 있고 내 목표점인 소나무가 나온다 좀 더 오르면 빨간 집 사모님 댁이다 어느 날 그 산길을 걷는데 산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솔방울 같은데 솔방 울 보다 엄청 큰 솔방울이었다 주변을 보니  비슷한 모양의 솔방울이  덤불 속에도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함께 걷던 남편이 잣 같다고 했다 그 비싼 잣이 이 산길에  의아했다 올려다보니 소나무 비슷하게 생긴 큰 나무가 잣나무인 듯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가평 깊은 산속에서 높은 나무에 올라 잣을 따는 프로그램을 본 것이 생각났다  우린 쭈그리고 앉아 잣의 껍질을 이로 깨물어 봤다 정말 아주 작은 하얀 잦이 나완것이 아닌가 두어 개를 더 깨물어 봐도 고소한 맛이 잣이 분명했다 우린  잣을 숙소로 가져와 발코니 난간에 두고 말리기로 했다

그 후로도 산책길에 잣을 주우러 숲 속에 눈길을 주며 잣 솔방울이 있나 두리번거리곤 했다  길가에 안자 솔방울을 발로 비비고 있으니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뭣하냐고 물어 오셨다 우린 잣 같아서요 했더니 잣은 까먹으면 고소하지 하며 지나가셨다  은 너무 작아 까는 게 보통 힘든 것이 아니어서  공력을 쏟아야 했다  그래도 산책 길에 잣을 찾으러 두리번거리곤 했다 그젠가 또 숲길 산책을 갔다 그 산책 길을 내려오는데  길 중앙에  그 솔방울 위에 참새가 앉아서 을 쪼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ㅎ 신기했다 숙소 테라스에도 도토리와 밤과 잣이  놓여있는데 늘 우리  주변을 기웃거리는 다람쥐가 밤도 도토리는 손도 안 대고 잣만 물고 가거나 까먹고 껍질만 나뒹굴고 있곤 했는데 고소함은 새들도 아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미각은 고소한 것은 조류를 맹금류를 망라하고 눈독 들여지는 먹거리인가 보다 생각했다  아침 녘이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밤 떨어지는 소리도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  두무산촌 마당에도 요즘은 밤이 덜 떨어져 있고 주워보면 거의 벌레가 먹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차츰 가을이 깊어 가고 있나 보다 하기야 우리가 온지도 한 달이 지났으니 어쩌면 계절이 바뀌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아침 일어나 문을 열면 운무가 내려앉은 마당은  다채로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어 자작나무도 노랗게 변해 가을로 물들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예쁘고 아름다운 풍광 앞에 심호흡을 하며 아침을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이 가을의 절정임을 보고 있다 아를다운 강원도의 산야,  살고 싶고 내년에도 또 오고픈 강원도 양구 두무 산촌임이 분명하다

정점으로 깊어 가는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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