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두무산촌 세 달 살기
- 자연 시집 읽기
양구에서 세 달 살기를 오면서 나는 시집 12권과 에세이집 2권 소설책 두 권을 챙겨 왔다 1주일에 한 권씩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잔 내려 테라스 테이블 가 앉았다
하늘과 잔디밭을 뺀 3면이 빙 둘러 산이다 앞산에서 물안개가 뭉실뭉실 피어나고 있었다 물안개는 뭉쳐 다니더니 산 어깨를 휘감고 얼마 동안 서 있는 듯했다
산 계곡 여기저기서도 물안개가 피어나고 있었다
한 폭의 수채화였다 시집을 들고 나왔던 난 그만 시집을 옆으로 밀쳐 내었다 따로 시집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눈앞의 자연이 충분히 잘 쓰인 멋진 명시였다 자연이 쓴 시보다 더 좋은 시는 없을 것 같았다 물안개는 산 능선을 휘감고 옮겨 다니더니 고개를 드니 어느새 꽁무니만 희미하게 산자락에 걸쳐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나무와 숲과 산이 보이는 자연의 시에 더 심취해 활자로 된 시는 못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바라볼수록 첩첩산중 최전방 양구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나는 몇 편의 시를 받아 적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자연도 하나님의 계시라는 말을 수긍하며 나는 오늘도 산 멍에 빠져든다 숲 멍에도 들어 독서삼매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