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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by 김귀자

떨린다.

이제 내가 밟는 땅이 한국이 아닌 이국이란 말인가.

비행기 도착은 로마시간으로 2007년 4월 22일 오후 5시 53분 이었고, 한국의 시간보다 7시간 정도

늦다고 했다. 이곳에서 로마의 휴일을 보내게 되다니,

하루쯤 오드리햅번이 된다고 한들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 지금 이순간은 오드리야.'


그러나 현실은...,,

앞사람의 뒤통수만 보며, 행여 길을 잃을까, 국제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따라 가야만 했다.

한국에서 당당하게 여권을 내민 것과는 달리, 이곳 파란 눈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았을 때 불안함에 주눅

들어야 했다. '천국 문을 들어 설 때도 이렇게 두려우면 안될 텐데 말이야.'


공항에서 짐 찾는 곳을 몰라 엉뚱한 곳에서 한참동안 기다리는데, 기내에서 만난 마음 좋은 여행사

가이드가 우리를 짐 찾는 곳까지 안내해주었다.

분명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모르는 것은 창피해 말고 무조건 물어보려고 생각 했었는데,

'오 마이 립이 붙어버렸네.'


반가운 나의 체크무늬 가방이 눈에 띄었다.

내 가방이 신혼여행 때(1999년) 산거라 특이한지 은숙 언니가 얼른 챙겨 주었다. 고맙다.

'왜 한국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감사를 못했을까.'


공항을 나오니 로마의 휴일은 환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저녁은 한인식당에서 먹었는데, 메뉴는 한국식 순두부 백반과 불고기였다.

한국에서 먹었던 맛깔스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먹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호텔로 이동하였다.

호텔 바닥은 융단이 깔려있고, 화장실의 변기는 사이즈가 크고 높아,

나의 짧은(숏) 다리가 들릴 정도다.

욕조에만 배수구가 있어 샤워를 할 때 커튼을 안쪽으로 치고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바가지로는 샤워를 할 수 없었다. 한국의 바가지가 그리워진다.

샤워를 하고 T.V를 켰다.

그런데 이곳 텔레비전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해서 꺼버렸다.


나의 룸메이트는 은숙 언니고, 오늘밤 깊고 푸른 밤 영화를 찍기로 했다.

잠깐 간단히 편지를 쓰는 동안 언니가 먼저 잠을 청했고, 그날 밤 영화는 꿈속에서만 찍었다.


20070422.(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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