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커다란 굉음을 내며, 빠른 속력으로 이륙을 시작한다.
참으로 인류가 이뤄낸 과학의 힘이 경이롭다.
'이렇게 앉아서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반일이면 지구 저편에 갈 수 있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다니.'
'그 옛날 우리나라에 왔던 하멜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내 옆자리에는 나보다 어린 듯한 여자가 앉았다.
미처 인사 할 사이도 없이, 여행사 가이드가 와서 신혼 부부를 위해 자리양보를 부탁했다.
그 여자는 안 된다고 거절하고는 "별꼴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처, 나는 정서가 다른 듯한 옆 좌석 사람과 인사나누는 시간을 놓쳤다.
다행히 신혼부부는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자리를 양보하여 같이 앉아 갈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좋을까.' 부러웠다.
'나도 신혼 여행을 해외로 갔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했다.
이제부터 약12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처음 타는 비행기지만 원 없이 타게 생겼다.
옆자리 여자는 비행기를 많이 타본 것 같았다.
가방에 만화책이며, 소설책, 전문서적도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엔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꽤 긴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창밖을 보았다.
왠지 미연이가 이 하늘가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
'미연이를 다시 만날 때까지 열심히 살게 해달라.'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달라.'
잠깐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그러면서 이주사님 얼굴이 교차했다.
승무원이 무엇인가를 주었다.
칫솔이랑, 눈가리개, 기내에서 신을 양말 등이 들어있는 주머니였다.
이불이랑 이어폰도 주었다. 중간에 간식도 나왔다.
기내식으로는 평소에 먹어 보았던 비빔밥을 시켰다.
속이 안 좋았는데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고 나니 개운 했다.
중간에 와인 한잔을 시켜 먹었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이런 거였구나..!'
영화에선 지나간 옛 연인을 기내에서 만나기도 하던데 옆집 아저씨도 한명 못 만났다.
영화와 현실은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가끔 기내에서 하는 운동이 방송 되었는데, 난 사람들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서야 어색하게 한번 따라 했다. 비행기가 시베리아 어느 벌판을 지나고, 이국땅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는 동안에도 한잠도 잘 수없었다. 소중한 이 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추억의 인기가요를 들으면서 편지쓰기는 계속 되었다.
평상시 이렇게 했으면 엄청 사랑 받았을 것 같다.
비행기 안 화장실은 높아서 불안하고, 물 내려가는 소리가 커서 놀랬다.
화장실에 있는데, 기류가 심하여 많이 흔들릴 때 기분이란 고약한 것이었다.
거울속의 또 다른 내가 보여 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기장입니다. 한국시간은 어쩌구 저쩌구.. 이제 잠시 후면 우리 비행기는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착륙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옆의 여자하고 간단히 인사를 하려는데,
첫인상과는 달리 친절하게 이탈리아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1. 여권을 항상 몸 가까이 둘 것.
2. 소매치기가 많으니 지갑을 주의 할 것.
3. 잃어버린 물건은 깨끗이 잊어버릴 것.
4. 집시들을 주의할 것.
2007. 4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