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민원실, 하와

by 김귀자

2004년 여름,
그녀는 군청 민원실 창구에 앉아 있었다.

민원 발급 서류는 오전과 오후를 가리지 않고 쌓였다.

그 무렵 그녀의 몸 안에서는
또 하나의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둘째였다.

배는 아직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피로는 먼저 찾아왔다.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머리는 무겁게 쏟아졌고
속은 이유 없이 울렁거렸다.

군청 민원실 후문을 열고 나가면
바깥쪽에 1인용 소파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완전히 실내도,
완전히 실외도 아닌
어정쩡한 공간.

점심시간이 지나
잠시 숨이 가빠질 때면
그녀는 그 의자에 앉았다.

창밖의 산은 분명 초록빛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희미하게 흐려 보였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쉬는 모습조차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자리였다.

임신은 축하받는 일이었지만
직장에서의 임신은
조용한 고립에 가까웠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힘들면 집에 가서 애나 보지.”

웃으며 흘려보낸 말이었지만
그녀의 안에서는 오래 남았다.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여자의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아이를 품고 있다는 이유로
일의 무게가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다만 기대가 달라졌다.

‘엄마니까 이해하겠지.’

‘엄마니까 참겠지.’

그녀는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이 자리는
나만의 자리가 아니었다.

이 땅의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한 번쯤 앉아 있었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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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이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한 줄이라도 좋다. 읽어 주는 분의 삶에 감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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