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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by 김귀자


세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줄리엣의 생가라고 불리는 곳에 잠깐 들렸는데,

골목 안에 있었다. 이층 창가에 애 띤 소녀가 잠시 나왔다가 무안 한지 얼른 들어가 버렸다.

'소설속의 그 줄리엣도 로미오를 보기위해 저렇게 창가에 나왔을 텐데.'

마당에는 줄리엣 조각상이 있었는데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행여 우리의 사랑이 깨질세라 모두가 줄리엣의 가슴에 손을 대고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가슴은 아주 닳고 닳아 있었다.

'아! 사랑도 사진처럼 이렇게 찍어 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최근에 CF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렇게 죽고 못살아 결혼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따줄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만."

"손에 물도 안 묻히게 해준다더니."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려니.' 생각한다.


골목 벽면에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낙서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 중에 우리나라 한글도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은 이곳 베로나 작은 골목길에도 흔적을 남기고 갔구나.'

어떤 사람은 껌 딱지를 붙여 무언가를 써 넣은 것도 있었다.


2007042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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