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프스의 영봉 *융프라우요흐를 오르기 전에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였다.
경옥이는 동서에게 선물을 한다고 쌍둥이 칼을 샀다.
나도 엽서를 샀다. 그간 여러 장의 엽서를 써서, 한국으로 보냈다.
국제우편은 15일정도 소요된다고 하니까, 아마도 내가 한국에 도착한 뒤에 도착하겠지만
이역 만리 이곳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등반열차 시간에 맞춰 차에 올랐다.
그 높은 (3454m) 산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음에 전율했다.
중간에 한번 열차를 갈아탔다.
일행을 놓칠세라 은숙 언니 뒤를 열심히 따라 다녔다.
열차에서 내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만년 동안 눈이 녹지 않은 땅(?)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밖으로 나가서 눈을 밟아 보았다.
정상에 올랐으니 "야호"도 한번 불러보고,
평소 미워했던 "그놈"도 속으로 불러 본다.
하늘 향해 두 팔도 벌려 보았다.
어떤 한 아주머니는 사진을 찍으려다 정상에서 떨어질 뻔했다.
오호라 십년감수... 나이가 들어도 마음 만은 이팔청춘인가 보다.
우리도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얼음궁전을 갔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얼음 조각들이 있었다.
궁전 안은 좀 어두워서 연인들에게는 안성맞춤 이었다.
적당히 춥기까지 하고, 미끄럽기도 했다.
"자기야 춥다. 그치"
"어머나 자기야 미끄러워"
우리는 매점에서 뜨거운 물을 사서, 준비해간 컵라면에 물을 부어 달라고 하였다.
물 값이 다소 비싸긴 했지만 정상에서 먹던 삼양 컵라면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거기에다 물 건너 온 양주(?)를 조금씩 나눠 마시니, 온몸이 훈훈해 졌다.
제법 우리나라 술도 융프라우요흐에서 먹으니 보드카보다 더 좋은 것 같았다.
배도 부르고 몸도 훈훈해지고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열차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쉽지만 다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차안에서 룸메이트와 이야기도 하고, 차창 밖도 바라보았다.
산정상의 나무들은 작다.
그리고 꽃들도 작다.
이쪽 어딘가에 에델바이스를 볼 수 있으려나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못 봤다.
중간정도에 내려오니 목장도 있고, 사방에 민들레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내가 언젠가 집을 짓게 되면, 민들레 꽃밭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민들레 꽃밭을 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어쩐지 현실속의 나와는 너무 달라 피식 웃고 말았다.
"바보"
*융프라우요흐, (ung) : 젊음, 프라우(Frau), 처녀, 요흐(jochl), 봉우리
2007042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