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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1일1박

by 김귀자

저녁에는 스위스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있는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거기에서 묶게 되었다.

아직까지 묵은 호텔 중에서는 가장 넓고, 전망도 좋았다.

은숙 언니와 방 구경을 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너무 넓어 한참 걸린다면서 웃기도 했다. 그리고 술래 잡기라도 한판 해야 될 것 같았다.

"나 찾아 봐라"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우리나라로 치면 콘도인 것 같았다.

싱크대도 있고, 식기도 있었다. '라면을 갖고 왔으면 끓여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오늘밤은 우리 방에서 모두 모이기로 했다.

샤워하고 잠시 누워 있다보니 한명 두 명이 오더니 다 모였다.

은영언니는 융프라우요흐를 올라갔다 온 후로 계속 귀가 아프다고 하였다.

아주 건강하게 생긴 언니가 힘을 못 쓰니 더 안쓰럽다.

작으면 내가 꼭 안아 줄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은영언니가 많이 아픈지 먼저 가고, 우리는 가지고 왔던 오징어포랑, 깻잎 짱아치를 안주삼아 이슬을 다 마셨다. 모두 휴양 차 스위스를 다시 찾고 싶다고는 했는데, 사는 것은 한국이 좋겠다고 했다.

친구도 없이,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살기에는 너무 외롭다는 것이다.


내일 여행을 위해 할말은 많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호텔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엽서를 부치려고 하니, 이곳은 노 서비스라고 하였다.


호텔 로비에서 읽지는 못하지만 여행 안내서를 몇개 챙겼다.

어쩌면 평생 한번 읽어 보지도 않겠지만, 기념으로 가져간다.


20070425, 1일 1박,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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