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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다시 일상

by 김귀자

홍천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볼 수 있구나.'


여행용 가방이 홍천에 오니 생뚱맞게 보였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래 이곳이 낯선 이국땅을 갔다 와서도 기댈 수 있는 가족이야"


어딘가를 떠났다가 다시 올 수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은,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밀려왔다.

'그것은 서유럽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다."
이세상의 어느 누가 이런 반가움을 표현 하겠는가.
내게 달려드는 아이들을 품에 안으면서
'그래 내가 엄마구나.'
나는 그리 자상하고, 애틋한 엄마는 되지 못함에도 아이들은 나를 좋아 해주고,....
정말 잘 살아가야겠다.


항상 그랬지만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주 가끔 로마의 마차가 달리던 길을 상상하는 것 빼고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래 맞아. 저거 엄마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바티칸 박물관에서 보았던 거야"
처음 해본 외국여행이지만 서유럽은 내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나의 못난 자아와, 아집과, 편견과, 화냄과 분노가 눈과 함께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

20070430.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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