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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by 김귀자


어릴적 겨울은 추웠지만, 매력 있는 계절이었다.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인 놀이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불놀이다.


사전적 의미의 매력이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도깨비 魅, 힘 力이다.


어릴적, 불장난을 엄격히 금했었는데,

"불장난"을 할 수 있는 날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엄마는 오곡밥에, 반찬으로 들기름에 직접 재어 화로불에 구운 김과, 묵나물,

무우 채김치, 고등어 숯불 구이, 호박을 말려 만든 말랭이를 해주셨었다.

그때는 그맛을 알 수 없었는데,

엄마가 안계신 지금, 오곡밥에 싸먹던 고소하고 짭조름한 김맛이 너무 그립다.

"엄마 많이 보고 싶고, 그때 해주시던 정월 대보름 저녁밥이 먹고 싶어요 ."

"그 밥먹고, 나무 열짐 해야 한다."던 음성도 듣고 싶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작은 오빠와 함께 깡통에 불붙은 나무를 여러개 넣고, 불 돌리기를 했다.

깡통은 미리 못으로 구명을 뚫어 놓아, 돌리면 불이 잘 붙었다.

나는 어려서 깡통 돌리기는 할 수 없었고, 짚을 태우며 놀았다.

한번은 불이 붙은 짚단을 고모부 모자 위에 올려놓아 야단을 맞은 기억이 있다.

밤이 늦도록 불놀이를 하고, 고모네 윗방에서 국 그릇에 담긴 물을 손가락 묻혀, 고양이 세수를 하였다.

씻은 내얼굴을 보며, 어른들이 웃었던 것 같다.

"쟤는 얼굴이 왜 저러누."


큰고모는 점을 치셨는데, 정월 대보름에 하늘을 향해 합장을 하고 절을 하였는데, 그땐 그 의미를 몰랐다.


새벽이 되어,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은 환했고, 그날만큼은 아버지가 짚단에 불을 밝히지 않아도 됐다.


*도깨비: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된 귀신의 하나이며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흘리기도 하고 짖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함.[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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