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좀 어때?
눈을 뜨자 병상 천장에 붙어있던 짧은 문구였다.
나는 매일 보던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나의 오늘 하루는 어떤 느낌일까?
창밖엔 무수히 많은 은하수가, 별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밤하늘에는 커다란 달과 아름다운 빛들로 가득 차 있는 가운데, 작디작은 생명하나만 깜빡거리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마 마음의 상처가 커다란 별 같았다. 그리고 많은 일이 버러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는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한 병실 침대에 앉아있었다.
"드르륵"
한적하고도 소름 끼지는 침묵을 깨버린 소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문너머에서 걸어 들어온 사람은 아이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눈은 꼭 울고 들어온 사람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어쩌면 너에게도 저 별들처럼 내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아이는 어머니의 말을 못 알아들은 듯한 표정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얼굴을 한 아이를 한번 꼭 안아주고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얼굴을 감싸며 문 밖으로 나갔다. 다시 아니 언제나처럼 방안은 침묵 속에 잠식되었다.
아이는 눈을 감았고 언제나 상상한 그런 꿈을 꾸었다. 싱그러운 푸른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 잔잔한 파도가 발을 간지럽히는 작지만 커다란 바다가 가까이 있는 작은 집이었다.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뒤쪽엔 초원이 있는 그런 작은집에서 사는 자신을 꿈꾸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맨발로 고운 백사장에서 산책을 하고 오전에는 옷자락과 머리칼이 흩날리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초원에서 뛰어놀고 점심때쯤 들어와서 어머니가 해주는 맛있는 점심밥을 먹고 오후에는 파란 파도가 옷을 적시는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조금 늦은 오후에 해가 지평선 너머로 바다아래로 내려갈 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저녁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따뜻한 저녁밤을 먹으면서 오늘 일어난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그런 꿈이었다. 혼자서 자신만의 작은 꿈을 꾸는 동안 어머니가 들어와 아이옆에 앉아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별들을 가리키며 별들의 이름들과 별들에 얽힌 작은 이야기들도 이야기해 주었다.
"저 별은 북극성이야"
어머니는 밝게 빛나는 북쪽에 있는 별을 가리키며 말해주었다. 옛날사람들에겐 저 별을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가르쳐주었다. 그러다 아이의 눈이 점점 감겨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는 자신이 꿈꾸던 진짜 꿈속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잠에든 아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집으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말을 하면서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아이의 양볼에 떨어졌다.
이야기 속의 아이는 나였다.
어떤 불치병이었을까? 나는 침상에 누워서 허성세월을 보내다가 별을 보면서 꿈을 꾸었고 언젠가는 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매일 기도했던 소원을 천사가 들어주었고 나는 지금 파란 위생모를 쓰고 이전과 다른 침상에 누워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수술실에 들어와 있다. 가는 길까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기대어서 울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내 꿈을 이루러 이제는 뛸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감싸여서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별이 되어서 전날밤 깜빡이던 별이 이제는 나를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 별빛이 감돌고 있는 밤이 지나서 이제는 낮이 되었다. 이제껏 뛰지 못하던 내게 커다란 선물을 준 그 별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차가운 주삿바늘이 살을 파고들고 그 속에 있던 차가운 액체가 온몸에 퍼져나간다. 몸이 나른해지고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어쩌면 어제까지는 내 꿈이 사라졌더라도 이제부터는 다시 새로운 더욱 큰 꿈을 아니 새로운 현실의 나날들을 살아갈 수 있다.
이제 나는 네게 묻고 싶다.
"너의 하루는 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