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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慕 (연모)

by 석현준

애절함, 그리움이 극치로 쌓여서 형성되던 감정

여러 굴레와 속박 속을 뛰어넘는 듯한 초월적인 것을 사랑으로 알고 살았다


그리워했고 미워했다. 사랑했지만 잊고 살고 있었다. 몇 날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네가 싫기도 했지. 겉으론 내색하지 못하기에 두꺼운 가면을 쓰고 감정을 숨기며 기다렸다.


살다가 잠시 잊고 살다가 라일락을 보고 널 기억한다. 연못 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윤슬을 보고 네 생각이 났다. 바람이 불던 날엔 나무에서 잎사귀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것을 보고 널 잊을까 무서워서 억지로 널 기억해 냈고, 비가 오던 날엔 큰 웅덩이에 네가 비춰보였다. 널 잊지 않으려고 여러 몸짓을 보였지. 그러다 검은 장막이 하늘을 드리우면 늘 쓸쓸해졌지. 이따금 한 번씩 불꽃놀이를 해보았지만 잠깐의 환상 같았다. 모든 것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희끄무레한 화약연기만 피어올랐다. 계절이 차츰 지나가면서 감정들은 점점 충만해져 갔다. 그중엔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있었는데 사랑이었다. 도대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랑이란 것을 한다면.'사랑은 정말 남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걸까?

사랑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일까?'


영화에서 보던 사랑은 꼭 예쁘게 포장돼 있는 것 같았고 내가 느끼고 앓았던 사랑과는 많이 다른 사랑이었지. 나는 사랑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리움' 같았다. 추억 속에 보정된 누군가의 얼굴만 볼 수 있는 내 현실이기도 했고 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목소리마저 잊을 듯이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 누군가를 온 힘을 다해서 사랑했다.


모두들 사랑은 아름답다고들 이야기했지만 내겐 슬픔 속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리움과도 많은 부분이 맞았지. 꼭 물속에서 올려다본 태양 같았달까. 일렁이는 물의 표면과 같이 출렁이는 하늘 같았다. 찬란한 빛을 여러 갈래로 뿜었지만 숨을 쉴 수 없었다. 소리 내는 법을 잊은 듯이 입에선 공기방울만 나왔다.


사랑은 씁쓸함 속에 담긴 작은 달콤함이었다. 여운이 깊고 짙은 초콜릿 같았다. 그저 조금의 흥미 비슷한 것 때문에 아픔, 슬픔마저 모두 참을 수 있을 그런 것들도 사랑이었다. 언제나, 얼마큼 보아도 좋은 사랑이었다. 그리워서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사랑을 표현하자니 너무 많고 어려웠지만 사랑을 느끼는 것은 쉬웠지. 지금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연모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기다리고 있으나 그 과정마저 사랑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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