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4용지 귀퉁이에 적힌 문구였다.
글씨체가 널 닮은 누군가 써둔 것이겠지.
너였다면 네가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홀로 남긴 문구의 고백이 심금을 울렸다.
오늘은 좀 어떠니?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후에야 네게 물어보는 내가 싫어졌을까
아무 말 없는 침묵에게_
어제는 아무 말도 못 할 만큼 힘들었다고 하고 그럼, 오늘은 어때?
다시금 일어나 볼 생각은 아직도 없는 거야?
언제쯤 네가 그곳에서 나와서 나를 보고 웃어 보일 수 있는 거야?
아직도 그 애가 밉기만 하니?
유독 야속하게 아무 말 없는 오늘에게_
오늘 밤엔 별빛이 수 놓인 하늘을 볼 수 있데
검은 밤에도 나와보지 않겠지?
너와 같은 별을 볼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네 고독한 시간도 존중해 줄게
너도 마음껏 울 시간이 필요할 테니 잠잠히, 조용히 기다려줄게
그래도 이거 하나만 기억해 줘 오늘은 네 집 앞에서 밤새 널 기다릴 거야 누가 뭐라 해도 널 기다릴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나와
긴 세월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에게_
오늘은 비가 내려
하늘마저도 슬픈 것 같아
흙냄새가 퍼지는 공원에서 널 생각했어
그거 기억하니?
우리 공원에서 비 맞고 있던 그때를
네가 내리는 비를 작고 고운 손으로 막아주었잖아
무슨 생각이었을까
가끔 생각하곤 해
무엇 때문에 잘 닿지도 않는 내 머리 위로 손을 쭉 뻗었건 것일까 지금이라도 대답해 줄래?
싱그럽게 차오르던 푸름에게_
오늘은 별 볼일 없는 느지막한 오후야
길게 늘어진 그림자만큼 해도 길어졌어
네가 좋아하던 시간에 이따금 태양을 바라봐
왜인지 모르게 자꾸 보고 싶다니까
내가 너의 색으로 물들어버린 걸까?
독특한 너의 태양빛 색으로 바래가고 있어
오후를 닮아있던 태양에게_
네가 담겨있는 사진을 봤어
무엇이 그렇게도 기쁜지 미소를 양볼 가득 채워 두었던지
다시금 사랑에 빠진 기분이었어
깊고 깊은 추억 속에 빠져 지낸 오늘이었지
어느 사진을 보아도 어떤 추억 속으로 들어가도 네가 보여 다른 것을 찾아왔지만 자꾸 너만 바라보고 있지
추억은 좋았어 평생을 살아도 기쁠 만큼
그래도, 그래도 추억 속에 살지 말자 너도 나도 서로를 추억 속으로 밀어내지 말자
그건 너무 슬프잖아
늙지 않는 추억 속에서 홀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아프잖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 시린 추억에게_
다시 언제나처럼 돌아와 내 곁에 함께 서있을 거지?
널 잃어버릴까 두려운 나에게_
외전
터벅이며 걸어오는 실루엣이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책상 위에 놓인 무언가와 눈싸움이라도 하듯 째려보다 아주 조금 무언가를 휘갈겨 쓴다. 그리곤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점점 멀어진다. 그 발걸음에 담겨있던 근심과 걱정은 온 데 간 데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