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표정이 곤란해 보이던
건 그만큼 네가 좋아서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 큰일이 일어난 것도 네가 싫어진 것도 아니었어. 그저 내가 몸 둘 바를 몰랐던 거야. 널 좋아하는 만큼 어쩔 줄 몰랐던 거지.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는 건 왜 널 만나면 이렇게 눈앞이 캄캄해지며 네가 눈물 흘리는 모습만 보이는지 아직도 의문이야
사랑이라 말했다. 그저 흔한 사랑이라 불러왔다. 널 만나기 전까지는. 내게는 오지 않을 멀고도 먼 감정으로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그런 표현으로 알았고 보았지만 결코 난 하기 싫었다. 내가 할 수 있는지부터가 고민이었다. 한 번도 사랑을 받고 줘본 적 없던 내가, 내게도 그런 것들이 찾아오긴 할까.
널 보았다. 어깨에 무겁게도 매여있던 짐이 뚝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았지.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난 것일까?
어떤 세상에서 깨어났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한옥 마을에서나 볼 것 같은 초가집이었지. 하늘하늘한 창호지를 열고 나가니 찬란한 햇살과 흙바람이 날리는 시골마을이었지. 한 조선시대 그때쯤이었을 거야. 보이는 사람들마다 갓을 쓰고 여러 색의 저고리를 입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러다 너울거리는 호수를 보았지. 맑고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약간의 꽃향기에 눈을 감으려던 찰나 호수의 한쪽 부근에서 물을 향해 걸어가는 여자애를 보았어. 조금 충격적이었던 건 옷을 입은 채로 치맛자락이 젖어가는데도 물속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어. 꼭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듯이 차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지.
그렇게 멈춰 서서 날 한참 바라보다 작은 입을 열었지.
"넌 내가 무섭지 않니?"
"무섭지 않아, 그냥 좀 안쓰러워서뿐이지"
"안쓰럽다.... 오랜만에 들어본 말이네.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렇게 보일까?"
"아마 그럴 거야.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있다면 말이야"
"어, 왜 내 얼굴이...... 어!"
그 애는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눈을 비볐다. 이제까지 흐리멍덩해 보이던 눈에 조금의 아주 조금의 슬픔이 차올랐고 아무리 닦아내도 계속 흐르는 얼굴을 가리고 넌 뭐라 웅얼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아니야 울어 그냥 실컷 울어"
나는 처음 본 그 애에게 조용히 어깨를 내어주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작은 몸에 담을 수 있는 한계치까지 담아두다 터져버릴 것 같은 것을 왜 아무도 모른체했을까. 이렇게 넓은 세상에 기댈 것이 내 어깨뿐인 넌 얼마나 더 아파야 하는 것일까? 이름도 모르는 그 애가 평안하길 바랐다. 언젠간 편안히 웃으며 나를 방 겨주길 바랐다. 그냥 마음이 먼저 움직였던 거지. 그러다 울음소리가 어깨가 조금씩 잦아들자 내 세상은 깜깜해졌지.
침대에서 깨어났다. 울고 있던 건 그 애였는데 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는지. 베갯잇을 실컷 적셔두었는지. 왜 자꾸 네가 생각나는지. 방금 잠에서 깨어났지만 정신은 이래도 맑은지. 모두 의문 투성이었다. 모든 것들이 풀 수 없을 듯이 엉켜있는 실타래 같았지.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생각은 그저 그 애가 평안했을까였다. 내가 함께 있어준 짧은 시간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길 바랐다. 존재할까 싶은 꿈을 위해서 꿈속의 어떤 사람을 위해서 기도한다는 것은 평소였으면 유치해 하지도 않았을 기도가 오늘은 절실하게 터져 나왔다. 이젠 점점 사라져 가는 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이제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그림자들의 기울기가 길게 기울여져갈 때 너의 짧은 톡이 와있었지.
너희 회사 앞이야 얼른 나와~
내려와서 널 만나는 순간, 네 얼굴을 보는 순간 온통 캄캄하던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우리는 오후의 시간만큼 그림자가 기울어있던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인연이었습니다. 시간을 건너고 건너 결국에 닿은 인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