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울고 있었니?
파란 하늘이 무색할 정도로 슬퍼하던 우리의 만남에서 울었던 건 누구 때문이었어?
이맘때쯤에 우리가 만났는 건 기억하니. 시원한 여름 바람과 봄 향기가 뒤죽박죽 섞여있던 초여름의 싱그러움은 온데간데없이 큰 실연이 있었던 것처럼 슬피 울던 너에게.
아직도 자니?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든지 나를 보러 와줘. 언젠간, 어느 밤에 너에게 답을 구하러 갈 테니까.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돼 언제라도 대답해 줘. 작은 속삭임이어도 괜찮으니 네가 눈물 흘렸던 이유를 설명해 줘. 눈물 속엔 무엇이 숨어있었는지, 슬픔이 역력한 너의 얼굴빛은 밝았는지 모든 것을 알려줘. 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너에 대한 것을 가르쳐 줘. 모두 기억할게.
슬픔이 담긴 초여름이었지. 모든 신경이 너에게로 향해있었고 마치 중력처럼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무심결에 걷다 보면 나의 발걸음의 끝에는 언제나 너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지. 그냥 내 세상은 너로 가득하고 나로 충만했지.
어느 슬픈 여름의 전설처럼 내가 사랑하던 그 애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는 걸 너도 직감했던 걸까 네가 남긴 말들은 가시로 변했다.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 텐데, 매번 미안해"
"....."
네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어. 네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다가도 이유 모를 슬픔이 찾아왔지. 내가 원했던 마지막 말이 아니었던 것 때문이겠지. 흔하디흔한 '사랑해'라는 한마디를 원했겠지.
온통 푸르던 여름도 눈물을 흘리던 날, 넌 그 작은 물방울 속으로, 이젠 흐릿한 하늘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난 네 장례식에도 가지 않고 커튼이 쳐져 있어 컴컴한 방에 홀로 있었지. 웃음도 울음도 없이 깊은 굴속으로 들어갔어.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며칠쯤 지난 후에 온종일 세상과 날 막고 있던 커튼을 걷어버렸지. 무슨 용기였을까 일어나서 기억이 남는 꿈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 누군가 내가 밖으로 나가길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외면하던 세상은 나 없이도 너 없이도 너무도 평범하게 쨍쨍하게 돌아갔어. '나의 모든 세상이 무너졌지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 넌 내가 살아가길 원할 것 같아서 아주 조금만 슬퍼하고 또다시 싱그러운 여름을 찾아내길 원할 것 같아서 그래서였지.외전
나는 닿을 수 없는 커다란 어느 공간에 갇혀있다. 온 세상이 보이는 공간에서 울고 있는 널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리쳐도 내소리는 네게 닿지 않는듯했고 무슨 짓을 해도 한 끗 차이로 네게 닿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도 네게 편지를 남겼다. 간접적으로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싱그러운 푸름이 사그라져버린 듯한 네게.
네 모든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어떻게든 너에게 대답을 들려주려고 노력했는데 다른 것들은 하나도 효과가 없었어. 이 편지가 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이지. 지금 내 작고도 비범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난 사실 미래를 볼 수 있어 아무것도 바꿀 순 없지만 볼 순 있지. 그게 널 만난 그날 내게 이루어졌어. 내가 본 미래엔 나는 세상에 없었어. 그렇게 나의 악몽 같던 꿈은 끝이 났지. 그리고 그날 널 만난 거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가 울었던 이유는 불분명해. 네가 살아있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나의 끝에 네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상실감도 있었지.
그래서 너의 푸르름은 사그라들었니?
나 때문에 너의 여름의 색이 변했을까?
지금 와서 하는 내 사과는 네 마음에 닿지 않겠지?
나는 편지 종이를 접어서 비행기로 만들어 날렸어. 어디에도 억압되지 않게 멀리멀리 훨훨 날아가서 어느 곳에 도착하겠지. 너에게 닿기를 원하며 먼 곳에 닿기를 원하며.
너와 내가 떨어질 그날을 보고 왔기에 눈물을 남몰래 훔칠 수밖에 없던 거지. 내가 사랑하던 초여름이 가득 담긴 행복한 미래였다면 이만큼 널 그리워하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