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해서
자꾸 보다 보면 떠날 수 없을까 봐
널 몰래몰래 훔쳐봤어
너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으니까_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어느 새벽에 눈을 떴다. 익숙한 듯 아닌 듯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작은 침실에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걷으며 옆에 누워있던 너를 보았다. 곤히 잠들어있던 너를 떠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이리저리에서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이 감싸왔고 소름 돋을 정도로 적막감이 감도는 새벽의 입에 물려 작은 빛을 만들었다. 붉은 불씨가 점점 타들어가는 만큼 내 주위엔 연기가 자욱해졌고 이따금 한 번씩 바람을 타고 흩날렸지.
한동안 나를 위로해 주던 기다란 담배가 짜리몽땅해지고 주위에서 내게 속삭이던 진득한 연기들이 가시자 이전부터 곰곰이 고뇌해 왔던 고민들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내 입에서 나오던 연기들보다 날 더욱 아프게 하고 시들게 하는 너의 고민들이었다.
내게서 뿜어 나오는 사랑은 너무 컸지만 그만큼 널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널 무지 바랬고 오랜 나의 기댈 곳이었으니 내가 널 어떻게 보내줄 수 있겠어. 사랑도 축복도 감사도 모든 것을 바랐으니 네게서 받았으니 은혜를 갚을 시간도 없이 나는 혼자가 되어만 가고 있었다.
내가 품을 수 있는 크기가 넘어서서 더 이상 널 품을 수 없었다. 아직도 곤히 자는 네 모습을 보고 새어 나오는 작은 미소엔 이유 모를 슬픔이 한 스푼 가득 담겨있었다.
때마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어스름하던 세상엔 광명이 찾아왔고 그 빛은 내가 만들었던 작은 빛보다 더욱 붉게, 환하게 얼굴을 타고 점점 날 비춰왔다. '나의 작은 세상에도 이런 햇볕이 비춰왔으면'이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등부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태양도 밝히지 못하던 그림자까지 따뜻해졌지. 고개를 돌려 보니 네가 서서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직 잠에 취해서 강렬한 태양에 눈을 뜨지도 못하면서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왔다. 머리는 부스스했고 얼굴엔 베개 자국이 찍혀있었지만 그런 네 모습이라도 눈에 담았다. 눈물이 나려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널 다시 끌어안고 다시는 못 만날 사람을 만난 것처럼 속삭였다.
"아직도 널 기다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킬 때면 혹시 네가 지나갈까 한참을 보고 있어. 한밤중에도 작은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얼른 일어나 창밖을 보곤 해. 혹시 너일까 봐 한밤중에 찾아왔을까 봐. 그립고 그립지만 더는 가까이할 수 없으니까. 진짜로 널 안아주고 싶었는데 널 절대로 보내긴 싫은데.... 그래도 이 말은 남겨주고 싶었어. 여전히 널 사랑해 ,고마워 그리고 널 기다려. "
나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 잠에서 깨어났다. 눈엔 선 눈물이 나고 있었고 입에선 네 이름만 고요히 피어났다. 오늘이 네 기일이었지. 작년 여름에 하늘에 별이 된 너를 기리는 날이 벌써 돌아와서 날 마주하고 있었지.
작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웃고 있는 네 모습을 보는 입에선 눈물을 한껏 머금은 미소만 피어올랐다. 네 마지막 말이 꼭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까 이렇겐 처음 보는 너에게 건낸 푸르른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