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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부자 Sep 29. 2022

은퇴 후 6개월, 부부싸움이 시작되었다

은퇴한 부부 갈등 시작

저는 은퇴한 지 이제 7개월이 되었습니다.  은퇴한 첫날, 저는 오전 10시쯤 집에서 남편과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엄청 행복했어요. 와~ 이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얼른 밥 먹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참 좋다! 좋아! 


은퇴 후 일과는 아침 식사 후 남편과 같이 커피를 마십니다. 그리고 점심시간 전까지는 남편은 음악도 듣고, 주역 책도 봅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남편은 집에서 8km 밖에 있는 밭으로 일을 하러 갑니다. 그 밭에는 대추나무, 엄나무, 복숭아나무, 포도나무, 탱자나무, 옻나무 등이 있습니다. 올해도 남편은 나무에 농약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포도와 벌레 먹은 복숭아를 조금만 수확했습니다.


저는 오전에는 남편과 같은 일과로 진행됩니다. 단 저는 음악은 듣지 않고 제 책상에서 펀드를 살펴봅니다. 주식시장도 어떤지 살펴보고 그 내용을 기록하면 오전 시간은 흘러갑니다. 오후는 저는 집에서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책을 봅니다. 이런 시간을 저는 보내면서 심심하지 않고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우리 부부는 은퇴 후에 각자 방에서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삽니다. 그리고 저녁에 함께 드라마도 봅니다. 드라마를 본 후에는 또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서로 각자 하는 일에 별로 간섭은 하지 않고 생활을 합니다. 그동안 남편과 남편과 은퇴 후에 큰소리 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인 은퇴 6개월째 우리 부부가 세컨드 하우스로 출발하려고 짐을 들고 나오려고 했어요.  제가 보기에 한 번에 짐을 옮기려면 많아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배낭을 등에 메라고 했어요. 그때 제가 슬쩍 남편을 쳐다보니 배낭 지퍼가 열려있어 불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어요.  남편이 등에 배낭을 메다가 배낭 안의 짐이 현관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짜증을 확 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본인이 일을 할 것이 아니면 나한테 지시하지 마!"


저도 마음속으로 짜증이 확~났어요. '아니~ 배낭 지퍼도 닫지 않고 등에 메려고 하니까 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왜 나한테 짜증을 내' 그렇다고 제가 입 밖으로 저도 짜증을 내면 싸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 참았어요. 제가 잘하는 일은 화가 나도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부부는 불편한 마음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향해 출발했어요. 우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말은 하지 않지만 계속 서로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스스로 잘못한 생각도 별로 없는데 사과를 할 수는 없지요. 저는 차 안에서 잠은 오지 않지만 불편한 마음을 모면하려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어요. 


세컨드 하우스는 집에서 출발하면 거리가 150km라 남편이 90km 운전하고, 제가 60km 정도 운전합니다. 대략 우리가 경험으로 휴게소와 휴게소 거리가 30km 정도인 것 같아요. 우리는 이제 노인들이라 2개 휴게소 가면 서로 운전자를 교대합니다.


남편이 마이산 휴게소에 들르기에 '왜 설까? 졸린가? ' 나중에 집에 와서 남편이 휴게소에 술을 사러 갔다고 해요. 그러나 휴게소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음주운전이 늘어날까 봐 그렇지 않을까?


저녁에 세컨드 하우스에 도착해서 대강 저녁을 먹었어요. 그리고 남편은 1층에 있는 자기 방에 가서 음악 듣고 잠을 잤어요. 저는 2층 다락방에서 노트북으로 블로그도 작성했어요. 각자 불편한 상황에서 말을 섞으면 더 언쟁만 심해질 뿐이죠.




제가 2층 다락방에서  '우리 부부가 불편하게 싸움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이지? 은퇴 후 6개월간 잘 지냈는데 문제가 무엇일까? ' 


남편은 6남매 중 막내로 누나들이 4명이고, 형이 1명입니다. 요즘도 가끔씩 남편이 "나도 67세인데 누나들은 아직도 내가 어린애로 보이나 봐" 하면서 누나들의 잔소리가 싫다고 불평을 하기도 해요. 남편은 누가 무엇을 하라고 시키는 것을 엄청 싫어합니다.


저는 5남매 중 셋째이고 장녀로 자기 주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남편이 어떤 일을 하면 저는 꼭 한마디를 합니다. 그 한마디가  좋은 말로는 컨설팅이고, 나쁜 말로는 지적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이제 은퇴하고 6개월이 지나서 서로 불편한 점은 서로 조심해야 남은 은퇴 후 기간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라고 남편에게 불만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불만 사항은 '남편이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쥐를 잡는다고 해요." 서로 갈등 상황은 있었지만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참고 살았네요.





그다음 날 아침에 집 밖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제가 타협안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내가 앞으로 남편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했지요. 세상에 부부간에도 공짜는 없습니다. 저도 남편에게 요구사항을 이야기해야지요. 저도 남편에게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 잔소리를 할 상황이면 '나 전달법'을 통해서 부드럽게 이야기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우리 부부가 서로 조금씩 조심해 가며 갈등 상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을 적어보겠습니다. 




 "내가 앞으로 남편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내 실천


어제 세컨드 하우스로 출발하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마음속으로 '2층 베란다에 가져다 놀 탁자를 농장에서 가져왔나?' 엄청 궁금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불편함을 견디고 남편에게 잘 챙겼는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컨드 하우스 가기 전에 자동차에 제가 짐을 가져다 놓으러 갔어요. 제가 차 안을 살펴보니 2층 베란다에 가져다 놓을 탁자를 챙겼더라고요. 저는 챙겨 올 짐은 머리로만 기억해요. 남편은 집에서 가져올 짐은 핸드폰에 메모하고 확인을 해요. 제가 쓸데없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남편이 잘하네요. 아마도 누나들처럼 챙겨준다고 하는 일들이 남편에게 아주 불편한 간섭이었나 봐요. 


저는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저는 불편함을 참고 있어요. 우리가 누워서 TV 시청하는 방에 고양이도 함께 TV를 시청하며 생활을 합니다. 어느 날 면 소재 남색 원피스에 고양이 털이 하얗게 묻어 있어요. 저는 "내 옷에 고양이 털이 많이 묻어서 모피처럼 보이네."라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 소리도 싫어해요. 제가 고양이한테 잔소리를 하면 본인한테 잔소리를 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 고양이가 내 방에 들어와서 털이 빠지면 싫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고양이 털 빠지면 제거하라고 테이프도 엄청 많이 사 왔어요. 제 방은 고양이 출입금지 지역입니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틈만 나면 금지구역에 가서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애완동물 사육도 서로 간에 불편함을 주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어제도 고양이 아리를 세컨드 하우스에 데리고 온 날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고양이가 2층에 올라와서 화장실 앞 공간에서 매트를 발로 할퀴고 있었어요. 제가 '아리야 너 이렇게 긁어놓으면  월세집이라 원상 복구하고 가야 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요. 그러면 남편이 새벽에 잠을 깰까 봐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어요. 저는 속으로 '그래도 매트는 가격이 싸니까 남편이 원상 복구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어요.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 잔소리를 할 상황이면 '나 전달법'을 통해서 부드럽게 이야기해 달라고" 남편 실천


저는 서울에 가면 즐겁습니다. 남편은 제가 서울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도 제가 서울에 간다고 하면 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 태워다 줍니다. 남편은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접종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하는 동안 2차까지 접종은 했습니다. 남편은 우리가 노인이라 이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서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이 많습니다. 저보고 서울에 가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남편은 이제  " 서울에 가는 것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필요하면 가야지. 단 서울에 가면 마스크 꼭 쓰고, 사람들 많은 식당에 가서 밥 먹을 때도 조심해. 코로나 19 걸리면 우리 모두가 어렵잖아."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이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해 옵니다. 요즘은 밭에서 부추, 상추, 오이, 고추, 가지가 자라고 있어요. 남편은 밭에서 수확해오지만 주부인 저는 남편이 수확해 온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고 싶을 때 요리합니다. 남편이 농사를 지은 입장에서 식재료들이 빨리 사용되지 않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해요. 남편은 저에게 "부추가 오래되면 상해서 못 먹잖아, 오늘 저녁은 부추로 부추 부침을 해 먹으면 안 될까? " 그러면 저는 "부추 다듬기 힘들어." 그러면 남편은 부추를 다듬고 깨끗하게 씻어 놓아요. 그러면 제가 재빠르게 부추 부침을 만들어 먹기도 해요.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남편이 내 마음을 알까? 


은퇴 후에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네요. 앞으로 은퇴 후 30년 또는 40년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말을 하지 않으면 부부라도 서로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남편과 함께 암마이봉에 갔었습니다. 고소 공포증 환자인 남편은 다시는 암마이봉에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산에서 내려와서 배낭에서 저는 옥수수와 찐 고구마를 꺼내서 먹고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왜 안 먹지?'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속으로 '고소공포증 때문에 힘이 들어서 쉬었다 먹으려고 하나?' 남편은 속으로 '나도 옥수수 좋아하는데, 나는 안 주고 먹나?'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저는 등산할 때 각자 먹을 음식은 각자 배낭에 넣을 수 있도록 포장을 합니다. 분명히 남편에게 할당된 간식은 남편 배낭 속에 있었어요. 제가 남편에게 "왜 옥수수 안 먹어?"라고 물어봤어요. 남편은 "옥수수를 언제 주나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해요. 남편에게 "아까 옥수수 배낭에 넣었잖아?"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서야 남편이 배낭 속에 옥수수를 꺼내서 먹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왜 옥수수 안 먹어?"라고 물어보지 않았으면 남편이 엄청 서운해하지 않았을까? 



은퇴 후 부부 싸음을 시작하세요. 


제 생각은 은퇴 후에 부부 싸움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서로 참고만 살거나, 서로 마음을 대강 짐작해서 하는 행동들은 오히려 서로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끔씩 부부싸움을 시작하는 것은 커다란 싸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우리는 가끔씩 싸우면서 서로 조심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서 살아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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