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 어떤 이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어색해하고, 어떤 이는 그 다름 자체를 신기해한다.
초등 6학년 생인 조카가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한다는 말, “일본은 기다리는 게 많아서 싫어”. 지방의 작은 군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카는 집에서 학교까지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고 식당은 기다릴 정도로 북적거리지 않다 보니, 기다려서 뭘 하는 경험이 없던 것이었다.
지금은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가 98년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갈 당시만 해도, 한국은 맛집에 가서 줄을 선다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맛있어? 뭐 먹고 싶어? 하면서 식당을 찾아가지만 사람이 많으면 다른 식당에 들어가지 줄을 서서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일본은 맛집에 줄을 서 있는 풍경이 자연스러웠다.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가게 밖에 의자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런 풍경이 낯설었지만 신기했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의자를 준비 놓는 것. 그 기다리는 동안 많은 대화도 오갈 수 있고. 기다리는 것이 불편했지만 뭔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취미로 민화를 배우고 있다. 민화선생님이 말했다 “언니,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민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혜영언니는 달라요.”라고. 수긍이 되었다. 나도 민화 하면, 낡고,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화선생님의 그림이 보고 내가 생각했던 민화와 달라서 놀랬다. 마침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어떤 종류의 그림을 배울까? 생각하던 차에 선생님의 그림을 보고 민화를 배우고 싶어 졌고 등록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민화는 고전의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밝고 따뜻하고 가볍게 그리시는데, 내가 생각했던 민화와 달라서 신기했다. 선생님은 민화대상을 타신 실력파이시기도 하다.
민화에서는 모란과 연꽃이 참 많이 나오는데 나는 실제로 연꽃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연꽃 하면 불교가 연상되기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시골에 이사와 연꽃이 가득 핀 작은 호수와 연근밭에 연꽃과 연잎을 보며 연꽃이 참 우아하다는 생각이 떨칠 수 없었다. 민화를 그리며 연꽃을 몇 번 그리다 보니 우아한 연 꽃잎과 넓은 연잎이 좋아졌다.
익숙한 것이 편하기도 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새로운 것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크게는 문화부터 작게는 행동 하나까지 친근한 것도 생소한 것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까? 생소하고 어색하다고 생각한다면 피할 것이고, 다르지만 신기하고 새롭다고 느낀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지!
어떤 실체의 본질에 다가가는데 그것을 감싸고 있는 표면을 어떤 태도로 접근하냐에 따라 그 본질에 갈 수 있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것 같다. 기다리는 것이 불편하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할 수도 있고, 연꽃이 불교의 꽃이라고 멀리 했다면, 연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은 낯설어서 생소하고 어색해한다면, 어떤 사람은 달라서 신기하고 호기심을 갖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