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이 먼저입니다.
2025년 1월 8일에 한국 신생아 네트워크 (KNN) 2024년 연차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이후 "극소저체중아 생존율 90% 돌파" “합병증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네, 맞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정말 피 땀 흘려서 아기들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놓치고 있는 정말 무서운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기를 '어떻게 살려내느냐'에 집중하는 사이에, 정작 국소저체중아가 왜 이렇게나 많이 태어나고 있는지'를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은 붕괴 직전입니다. 원초적인 문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고위험 신생아'가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난임 시술과 다태아, 그리고 신생아중환자실의 붕괴.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이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대한민국 출산율 0.75명, 나라가 소멸한다고 난리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애는 줄었는데, 신생아중환자실은 자리가 없습니다. 2024년 KNN(한국신생아네트워크) 데이터를 뜯어봤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1.5kg 미만으로 태어나는 '극소저체중아(VLBW)', 이 작은 아기들의 39.7%가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였습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다태아가 태어날 확률은 5% 남짓인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기 10명 중 4명 이상이 다태아라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자연적으로 쌍둥이가 이렇게 늘어날 리가 없죠. 바로 '보조생식술(ART)의 영향입니다. 통계를 보면 극소저체중아 산모의 36.5%가 난임치료를 받았습니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은 무려 71.2%가 보조생식술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지금 미숙아중환자실을 채우고 있는 고위험 미숙아의 상당수가 자연적인 불행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해서 만들어낸 '의원성(Iatrogenic) 결과'일 수 있다는 겁니다.
2015년에 멈춘 한국 가이드라인: "35세 미만도 2개까지, 35세 이상은 3개 넣어도 된다?"
"임신 확률 높이려면 배아 많이 넣는 게 좋지 않나요?" 환자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오죽 간절하면 그렇겠습니까. 하지만 정책은 냉철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배아 이식 가이드라인, 2015년에 멈춰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35세 이상'이면 배아를 3개까지 허용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 30대 중반 여성, 아직 임신 능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런데 나이만 35세 넘었다고 배아를 3개씩 넣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쌍둥이, 세쌍둥이 임신 확률이 폭발합니다.
미국(ASRM)이나 유럽(ESHRE)에서는 나이가 많든 적든, 배아 상태가 좋으면 무조건 '1개(eSET)' 이식이 원칙입니다. 특히 유럽은 "어떤 이유로도 2개 이상 이식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있습니다. 다태임신 자체를 산모와 아기를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를 넣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OECD 국가 중 다태아 출산율 최상위권, 그리고 미숙아의 홍수입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넘쳐나는데 이들을 돌볼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소멸
이런 상황에서 이 아기들을 돌볼 의사는 있을까요? 없습니다. 2024년 6월 기준,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키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딱 7명 남았습니다. 70명이 아니고 7명입니다. 나머지는요? 교수님들이 당직 서고, 펠로우 선생님들이 밤새우며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쌍둥이 1쌍이 태어나면 중환자실 자리가 2개가 필요하고, 의료진 로딩도 2배가 됩니다. 안 그래도 사람 없어서 붕괴 직전인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다태아 미숙아들이 계속 밀려오면 이 시스템, 결국 무너집니다. 아니, 이미 무너졌습니다.
산과–소아과, 난임전문의-신생아전문의 ‘피드백 루프’ 단절: 결과는 누가 책임지나?
오늘 이 자리에서 난임 시술을 하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정책을 만드는 분들께 강력하게 제언합니다. 지금 우리 의료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단절이 있습니다. 바로 '난임 클리닉'과 '신생아 중환자실'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는 겁니다. 난임 병원에서는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면 '성공'이라고 축하합니다. 아기집이 두 개, 세 개 보이면 "세쌍둥이네요! 축하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까지가 그분들의 역할일까요? 그 '성공'의 뒷면은 어떤가요?
그 아기들이 32주에 1.5kg도 안 되는 몸으로 태어나서, 뇌출혈로 경기를 일으키고, 숨을 못 쉬어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몇 달을 사투를 벌이는 곳은 바로 여기, 신생아중환자실입니다. 이제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강화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식한 배아 3개가, 결국 세쌍둥이 조산으로 이어져 아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뇌성마비가 오는지, 시력을 잃는지... 이 처절한 중환자실 결과를 난임 의사들도 실시간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가 원하니까", "성공률 높여야 하니까"라며 배아 2~3개를 넣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난임 치료의 진정한 성공은 '임신'이 아닙니다. '건강한 단태아의 만삭 출산'까지가 난임 치료의 끝입니다.
예방이 최고의 치료입니다. 단일 배아 이식,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쌍둥이 낳으면 한 번에 키우고 좋지"라는 생각, 이제 버리셔야 합니다. 다태임신은 아기에게 평생 짊어져야 할 장애를 안겨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도박입니다. 40%, 60% 90%라는 확률이 내 아기에게 일어나면 그것은 100%입니다. 우리 가족이 30년, 60년, 100년 짊어지고 가야 할 현실입니다.
단일 배아 이식(eSET),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배아를 하나만 이식해도 신생아중환자실 환자 부하를 2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수천억 들여 중환자실 짓는 것보다, 배아 하나 덜 넣는 게 우리 아기들과 엄마들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금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저 작은 생명들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배아이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난임전문의와 신생아전문의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살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은 아기로 태어나게 하는 예방이 먼저입니다.
https://youtu.be/TZFnsr0h9Y4?si=0S_PAyHoE-w0xdF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