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의 작은 도시를 찾아서

by 유연

요즘 한국인들이 일본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는 우선 가는 곳마다 주변이 깨끗하고 음식도 비교적 입에 맞으며 무엇보다 엔화가 싼 편이라서 대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나 조용한 시골마을까지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아들은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도 좋긴 하지만 걸어서 이동하는 곳이 많다 보니 아빠, 엄마를 모시고 갈 계획에 렌터카로도 이동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즈오카를 여행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전날 폭설의 여파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예상보다 늦은 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가족은 온천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 조식을 즐기면서 상큼한 샐러드와 일본 특유의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들을 먹으며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아침식사 후 시즈오카의 시내로 산책을 나왔는데

콧속으로 상쾌한 공기가 들어왔다. 11월 말 시즈오카의 날씨는 우리나라 10월 가을 날씨 같이 맑고 화창하여

햇볕도 아주 따뜻해서 기분 좋았다.

거리 곳곳마다 아기자기한 귀여운 꽃들이 모여 있었고 깔끔한 도시의 가로수 나무들은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았는지 푸르게 우리를 반겨 주었다.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한 상인들은 거리에 듬성듬성 좌판을 펴놓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예쁘게 손 뜨개질 한 털모자, 털장갑 등을 팔고 있는 모습들이 이색적이면서도 정겨워 눈에 띄었다.

아들은 일본 출장과 여행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지난 여행에서는 후지산이 보이는 곳으로 갔지만 날씨 탓에 3.800m가량의 후지산을 봉우리까지 온전히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한다.

혹시 이번 여행에서는 후지산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며 렌터카 시동을 걸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첫 번째 목적지는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와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바다 위에 후지산이 둥실! 미호해변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선명하게 보이는 후지산은 과연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뒤로한 채 다시 도심으로 이동하여 일본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장어 덮밥 집으로 향했다. 상냥한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작은 공간의 식당이지만 가격이 좀 비싼 점심을 맛있게 먹고 호텔에 와서 휴식을 취했다.


아들은 아빠, 엄마가 심심하지 않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나름 준비한 계획대로 호텔 주변 쇼핑을 나왔다.

저녁 시간이 될 무렵 잔잔한 가로 등불아래 사람들이 일렁이는 골목 한 식당에서 시원한 생맥주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참치회를 저녁으로 맛있게 먹고 기분 좋은 여행 둘째 날을 마감했다.


셋째 날은 하코네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조식을 먹고 이틀간 머물었던 호텔에서 나와 고즈넉한 산속과 바다를 보며 달리고 있는데 커다란 후지산과 함께 스타벅스 간판이 보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후지산이 보이는 스타벅스는 인스타그램으로 꽤 유명해진 장소라고 한다. 아들은 “우와” 큰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기뻐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빛나는 후지산을 사진으로 담느라 바쁜 남편과 아들!!


잠깐의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에 보이는 후지산 봉우리는 하얀 눈꽃으로 곱게 꽃단장을 한 채 성큼 다가오는 것처럼 가까워지고 있었다.


더 깊고 높은 산속으로 달려 올라오는데 시즈오카 시내와 달리 이곳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브런치 카페에 도착했다, 기온이 한층 내려가 있어서 몹시 춥고 을씨년스러웠다.

카페 내부는 넓고 큰 통유리창 쪽을 향해 이미 꽉 채워진 자리에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실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따뜻한 차와 담요를 챙겨준 덕분에 후지산을 바라 보며 여유롭게 차 한잔을 할 수 있었다.


유난히 후지산 봉우리가 크고 가깝게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그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아보려는 수많은 각국의 관광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






아름다운 후지산아!!

산이 높아 만년설을 품고 사는 너는

만인의 연인인가?

하얗게 눈꽃이 피어오르는 꽃 봉오리가

그리도 아름다워서 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팔색조 같은 몸짓으로 무대를 장식하는구나.


회색 구름이 마치 기러기 떼들처럼

우르르 날아들어와 회색 빛 스케치를 하고

물결 출렁이듯 사라져버리네,


어느새 새하얀 친구들은 몽실몽실 털옷을 입었는지

얼굴마저 하얗게 분칠을 하고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예쁘게 꽃단장하고 나타났을까?


다시 꼬까옷 갈아입고 여기서도 너울 저기서도 너울

나비처럼 춤을 추며

사랑을 속삭이네

어디서 또 날아왔는지 휘영청 어느 도사님은

흰 수염 휘날리며 큰 붓을 들고 나타나서

하얀 도화지 위에 또 무슨 그림을 그릴까?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서서히 내려왔다.

후지산이 보이는 아웃렛이라는 아들의 설명에 여주 아웃렛을 상상해 보았지만, 생각보다 더 큰 대형 아웃렛이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관광지처럼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많았다.

나는 그저 그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한국보다 저렴한 품목이 있다면 알뜰하게 쇼핑을 하고자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의 깜짝 선물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푸드 코드 역시 넓고 큰 창밖으로 후지산이 보였다.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져 처음에는 중턱만 보였지만 구름 때들의 농간인가? 다시 숨을 죽이며 돌아보니 산봉우리가 빵긋 웃으며 나타났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햇살이 비추이며 또다시 나타나는 하얀 눈꽃 봉우리! 숨바꼭질을 하나?


아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후지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보내면서

일본에 오면 꼭 먹고 싶은 라면을 먹고 가야 하는데 원하는 라면이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맛있게 식사를 했다..





매 순간순간 변하는 산을 바라보며 “아빠 염마를 모시고 와서 복 받았나?” 가는 곳마다 후지산을 맘껏 볼 수 있는 행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들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헀다.


하코네 산속에 있는 숙소는 료칸으로 이곳의 분위기는 도시 호텔과 달리 또 다른 풍경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낭만이 있었다. 각 객실마다 언제든 온천탕을 즐길 수 있는 개별 노천탕 때문인지 숙박료가 깜짝 놀랄 만큼 비싸기는 했지만, “하루 2끼 식사가 나오고, 특히 오늘 저녁 식사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니 최고의 만찬을 기대하시라고” 아들은 웃으며 말해 주었다.


우리는 숙소에 마련된 일본 전통의상으로 단장하고 로비에서 휴식을 취하며 저녁 식사를 맞아 식당으로 이동했다. 예쁘게 플레이팅 된 랍스터와 부드러운 스테이크, 코스 요리를 즐기는데 너무 배려를 하는 것일까? 텀이 어찌나 길은 지 두 시간이나 흘러갔다. 나는 허리가 아파 좋은 분위기에서 대접받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아들과 남편은 싱글벙글 부자간에 사케를 주고받으며 힐링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참 좋은가 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누는 행복속에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면서 사진을 남기는 우리 집 카메라맨 덕분에 또 한바탕 호탕하게 웃는다.

좀 더 젊었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또는 부부 단 둘이 하는 여행도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인지, 자식과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 제일 든든하고 편안하고 행복했다.


코로나 전에도 아들과 단둘이서 벚꽃이 피던 3월 말 후쿠오카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렌터카 없이 뚜벅이 여행을 하다 보니, 많이 걸을 때는 고되고 힘들었지만 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니며, 그 고장의 고유 명소와 맛집을 누비고 사람 구경도 하는 재미가 솔솔 하여 추억거리로 잊히지가 않았다.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는데도 오와쿠다니 분화구를 향해 올라가는 차들이 많이 밀려 있었다.

사시사철 쉴 새 없이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가스가 솟아오르는 풍경속에ㆍ 마치 우리가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는 듯 느껴져서 ㆍ다시 한번 자연의 경의로움에 감탄하였다.

검은색 유황 달걀을 한 개 먹으면 7년 수명이 더 늘어난 다는데 난 두 개를 먹었으니 수명이 14년 늘었을까?ㅎㅎ

오와쿠다니를 끝으로 여행의 종착지인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멀리서 후지산 봉우리가 소리 없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다.

만년설을 품은 후지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생각해 본다 ,


넓은 가슴으로 만인을 품어 안아주는

훈훈하고 따뜻한 후지산을 닮고 싶구나.


너로 인해 기쁘고 행복했던 여행길!


행운의 기운과 기억을 듬뿍 담은

큰 보따리를 가득 실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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