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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79.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간다

by 판도

'잘 살다, 잘 죽자.'


짧지만 인간 삶의 본질이 담긴 이 말은 '웰다잉문화운동'이라는 단체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랍니다.

이 단체의 대표는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완성이라고도 말했답니다. 평소 '끝이 좋아야 다 좋다.'라는 말을 삶의 금언처럼 중시하는 저로서는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잘 살고 또 잘 죽어야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식당이라는 곳도 '잘 끝내는 것''잘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그 유한한 인간이 만든 '식당' 또한 그 생명이 유한하여 반드시 끝이 있기에 깔끔하고 뒤탈 없이 잘 끝내야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제발 아름답게 끝내고 싶다.


어느 누구도 몇 년 안에 가게가 망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을 하며 식당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한 백년가게를 꿈꾸며 장사를 시작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먹고살기 위해, 아니면 막연한 희망에 들떠 장사를 시작했더라도 어느 시기가 도래하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업의 엔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슬슬 일을 그만둘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는 겁니다. 좋게 포장해서 아름다운 퇴장을 꿈꾸는 것이죠.


"이 가게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저처럼 뒤늦게 요식업에 뛰어든 사람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어느 정도 중년 이후의 삶이 평온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 몸으로 때우는 식당 일을 찬찬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바로 지금의 제가 그런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 겁니다.


"계속할 것인가?"


"타인에게 팔아넘길 것인가?"


"그냥 흔적을 지우고 폐업할 것인가?"


보통 이 세 가지 선택지가 나올 겁니다. 확실한 것은 창업자가 영원히 사업체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겠죠. 저의 경우에는 가게를 폐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수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길지 않지만 중년의 한때를 바친 가게가 언젠가 소멸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쓸쓸합니다. 물론 사라지는 것은 모두가 쓸쓸하지만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있을 때 잘 하자는, 즉, 식당이 제 곁에 있을 때 즐기며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 말이죠. 아름다운 이별도 중요하지만, 이 녀석과 헤어지면 얼마나 슬프고 힘이 들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대체 백년가게는 어떤 사람이 만들어내는 걸까요? 물론 길게 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식당의 수명도 이에 비례하여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라는 사람이 며칠 전에 한국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갔지요. 언론은 마치 위기의 한국 경제를 구해낼 구원자라도 나타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새벽에, 사업 얘기를 나누기에는 터무니없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달려와 고개를 숙이는 재계 서열 최상위의 그룹 일인자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기업만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이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듯, 그룹의 오너들은 오직 회사만을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나의 분신과도 같은 식당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저 또한 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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