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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80. 일하는 자는 산 자이고 일하지 않는 자는 죽은 자이다

by 판도


"깨어 있으라, 항상 깨어 있으라."


하루를 살아냄에 있어서 부지런함은 기본이지 않는가? 잠들지 말라. 항상 깨어 있으라. 남과 똑같으면 아무리 잘해도 남만큼밖에 하지 못한다.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유니크한 발상에 머리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모든 정보의 받아들임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솔직히 저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일하는 게 좋다고 하면 저는 절대로 그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분명 거짓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당연히 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면 일을 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제 답은 '노'입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바보가 되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노는 것이 좋지만, 죽은 채로 살아가기는 싫은 까닭입니다. 결국 인간은 이렇습니다. 일을 해야 놀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해야 잘 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잘 놀기 위해 일하는 인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여배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쉬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촬영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그저 쉬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며칠을 쉬었더니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다시 일이 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유재석이 물었습니다.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그녀는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퇴근할 때요."


아, 그녀 역시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말이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그녀는 진정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퇴근할 때 가장 행복해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열심히 일한 후에 찾아오는 달콤한 휴식을 아는 배우였습니다. 일하며 잘 놀고 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놀기만 좋아하는 저라는 인간도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을 마음속에 굳혔습니다.


'일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다. 살아 있지만 죽은 자로 사는 것이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또 결심했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할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이 가능한 순간까지 일할 것이다. 적당히 일하면 노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노는 시간의 효율이 몇 배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라고 말이죠.


그렇다고 오해를 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죽기 살기로 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일의 노예는 절대로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행복하게 일하고 또 행복하게 휴식을 취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삶의 질이 중요하듯이 일의 질도 중요합니다. 지금의 제 상황에 비추어 너무 힘든 육체노동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식당과 머지않아 아름답게 작별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당연히 새 일을 찾아, 보다 즐기며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저 소일거리의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힘겨운 일이 아닌 이상, 나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슬프게도 저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이 살기 위해 일을 한다면 정말 미치도록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쯤에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못해 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주어진 일에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각 없이 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단순 노동이라도 숙련하여 내 일을 갖고 놀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입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정신없이 일하다 잠시 쉬고 다시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무언가를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요.


저는 현재 주 5일을 식당에서 일하고 주말은 쉬고 있습니다.

아침 5시 30분 첫 전철을 타고(걸어서 출퇴근을 하던 시절에는 새벽 3시에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눈을 뜨면 그냥 나왔으니까요) 가게에 들어서면 6시가 조금 넘습니다. 그때부터 일하여 저녁 9시가 마감 시간입니다. 하루하루 오차가 있으니(손님이 끊어지면 8시 30분에 문을 닫습니다) 대략 9시 전에는 가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죽어라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휴식도 취하고 비가 내려 손님이 없으면 강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다가올 장마철이 무섭습니다).


주말 이틀도 그냥 쉬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도 일요일도 평소처럼 아침 5시 32분 첫차를 타고 가게에 나옵니다. 가게에 나오면 먼저 월요일 영업을 위해 재료 준비를 하거나 평소 미뤄 두었던 일을 합니다. 일이 끝나면 그제야 제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신나게 글도 쓰고 신문도 읽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영화도 봅니다. 그렇게 해서 일요일의 브런치 글도 완성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늦어도 11시 전에는 가게를 나옵니다. 집에 돌아와 12시쯤 술상을 펴고 티브이도 켜고 본격적으로 노는 겁니다. 저를 뺀 초능력자와 아이 둘은 교회에 나가고 없습니다. 정말 혼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저만을 위한 시간입니다. 만두며 피자며 빈대떡이며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펼쳐 놓고 술도 한 잔 마시며 티브이를 보며 노는 것입니다. 물론 졸리면 낮잠도 자고 컨디션이 좋으면 둘레길도 걷습니다(요즘 신록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신나는 프로야구도 보고, 저녁 시간의 하이라이트인 1박 2일을 보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면 노는 재미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살아도 죽은 자처럼 살기는 정말 싫습니다. 이제 이 일요일의 글을 발행하고 나면 '교보 스토리대상'에 응모할 소설을 끄적거리며 놀다 집으로 돌아가 위의 루틴대로 남은 일요일 황금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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