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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84. 돈 이야기

by 판도


오늘은 돈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돈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갑자기 돈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돌아버린 건 아니지만, 현재의 삶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솔직히 말하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되어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벌고, 있는 돈은 쓸데없는 곳에 쓰지 않고, 아껴 써야 한다는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행동하는 편입니다. 어쩌다 미친 소비를 한 날에는 저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요.






작은 식당을 홀로 꾸려 나가려면 일당백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1인 점포가 늘어나는 세상에서는 특히 사장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야 합니다.


식당을 해보니 지출이 많은 곳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가장 겁이 나는 부분은 임차료와 인건비입니다. 이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직면하는 문제는 '역설과 모순'이라는 현실입니다. 임차료를 아끼려고 주요 상권을 벗어나면 사람이 찾지 않습니다. 식당이라면 초기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한데, 처음에 입지를 잘못 설정하면 헛돈만 쓰고 고생만 하기 쉽습니다. 뭐 여유가 있다면 좋은 상권에 점포를 내면 되지만, 요즘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해야 합니다.


인건비를 줄여 보겠다고 혼자서 다 하려 하면 서비스가 엉망이 되고 사장 몸이 녹아나기 쉽습니다. 적당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꽤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여야 합니다. 작은 가게라면 사장이 기본적으로 몸으로 때워야 합니다. 사장이 편해지면 가게는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오픈 전에 나와서 사장이 얼굴이나 보여주고, 저녁 마감 시간에 나와서 돈이나 챙겨 가는 가게라면 십중팔구 음식맛도 별로일 겁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제법 큰 식당이 아니라면 사장이 제일 힘든 일을 해야 합니다. 이치가 그렇습니다.


요즘은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서빙 로롯, 조리 로봇 등 많은 기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 또한 돈과 서비스와 직결된 요소입니다. 내 돈이 많아서 이런 걸 구축한다면 모를까 남의 돈으로 하면 후유증이 제법 크고 깁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꾸준히 빚을 갚아야 합니다. 내 뼈 빠지게 일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바쳐야 하는 형국이 되어 버립니다. 항상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도 하고 기기도 들여놓아야 합니다. 잘못 사면 일을 안 할 때도 머리에 이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산 기기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창고 구석에 처박혀 버리기 십상입니다. 작은 가게는 애초에 물건을 놓아둘 공간부터 부족한데 그런 물건은 발길에 차여 불편하고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지금 제 식당에도 그런 물건이 아주 많습니다. 정말 멍청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사장이라면 만능 가제트 형사가 되어야 합니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일이 없도록 재무와 회계를 알아야 합니다. 노무와 인사관리를 잘 알아야 직원들을 무리 없이 이끌 수 있습니다. 세제도 그렇습니다. 모르면 적은 이익에 많은 세금만 쏟아붓습니다.


경영과 요리와 마케팅을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외롭고 고단한 길이지만 기꺼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합니다. 그렇게 모든 일을 하려면 사실 자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요리와 식당에 경력이 없는 초보자라면 더더욱 일분일초가 아쉽습니다. 제가 처음에 그랬습니다. 기존의 식당 경영자보다 기존의 식당 요리사보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하면 안 되고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하고 쉬는 시간 없이 한눈팔 새 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과거 어느 날, 개업하고 얼마 안 되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친 듯이 일에 파묻혀 지내는 지금이 좋다고. 몸이 부서져도 이렇게 나의 일에 파묻혀 지낼 수 있다면 그냥 내일 죽어도 좋다고. 미래의 희망도 좋지만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겁니다.






앞으로 얼마나 살런지, 어떻게 살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열심히 살겠다, 부끄러움 없이 살겠다, 후회하지 않고 살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현재 저의 기본 소득은 식당을 해서 버는 근로소득이 전부입니다. 근로소득은 제법 열심히 일하지만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인건비와 임차료, 재료비 때문에 일하는 만큼 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드 빚도 늘어만 갑니다. 한편 주식 투자로 벌어들이는 투자소득은 마이너스입니다. 투자금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이지만, 꽤 공부하고 머리를 굴리지만, 노력하고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결과는 형편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식투자로 돈을 버리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어떻게든 글쓰기를 통한 소득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습니다. 식당 일이란 너무 힘든데, 글쓰기는 달콤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돈이 안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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