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첫날을 떠올리니 12월 한겨울의 등줄기에서 얼음 알갱이 같은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건 덤 ㅠㅠ. 그러나 한편으론 배시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답니다.
바로 오늘 그날의 풍경을 추억하여 보렵니다.
우선 개업 첫날 마스터낙지의 주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메뉴는 당연히 ‘낙지집’에 걸맞게 낙지 일색이지요.
식사로는 낙지볶음에 산낙지볶음, 술안주가 되는 요리로 연포탕, 낙지생합탕, 산낙지, 탕탕이, 산낙지초무침, 낙지해물파전과 사이드 메뉴로는 낙지왕만두와 낙지한입만두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낙지 그리고 낙지, 또 낙지입니다.
주류는 소주와 맥주는 당연, 더하여 막걸리와 와인까지 구색을 갖추었습니다. 와인은 호주에 머물던 시절, 얄팍한 주머니 사정상 소주보다 만만하게 마시며 친숙했기에 자연스레 주류 리스트에 포함시켰구요.
함께 일하는 사람은,
홀에는 초능력자와 알바 혜영 씨, 주방에는 바로 저 마스터와 찬모님. 그렇게 네 명.
낙지볶음과 산낙지, 탕탕이는 마스터가, 나머지 요리는 찬모님이 담당하는 것으로 업무 분장 끝!
마지막으로 영업시간,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오전 11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이게 얼마나 힘든 강행군인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답니다. 에혀.
드디어 2019년 2월 8일.
초능력자와 마스터는 씩씩하게 식당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지인의 식당에서 알바도 하였고 오픈을 눈앞에 두고는 여러 차례의 예행연습도 거쳤습니다. 물론 긴장은 되었지만 내심 할 만하다고 자만의 표정을 짓고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겁을 내지 않았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었던 것을. 결국 무지가 야단법석의 단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오픈을 하면서 가까운 지인을 빼고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개업식도 생략하였습니다. 친구들과 일가친척분들은 우리 부부가 식당을 오픈하는 것을 알고 계셨지만, 개업 당일 아침에 주변의 상점이나 사무실에 개업 떡을 돌린 것을 제외하고는 그저 간판에 오픈일을 알리는 현수막을 덮어씌운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기에 손님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 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마치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어느 식당의 문제를 해결하여 주고 재오픈을 할 때와 흡사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져 들어온 손님들로 작은 식당은 난리가 났습니다. 먼저 입장한 순서대로 알아서 자리를 차지하여 10개의 테이블은 순식간에 만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뒤늦게 오신 분들 또한 좁은 홀 안에 우르르 몰려들어 먼저 자리를 차지한 손님들을 째려보며 어서 자리를 내놓으라 무언의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개업 첫날부터 멘붕의 늪에 빠지다니.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테이블 배치였습니다. ‘이 정도로 테이블을 놓아두면 되겠구나.’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손님들이 드나드는 데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홀 서빙을 해야 할 직원들의 동선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