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창업 비용에 관한 이야기
식당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 모든 것이 돈입니다.
사업자등록을 해도 수수료가 들고, 영업신고를 해도 등록면허세를 내야 합니다. 더구나 이것은 강제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창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드는 돈이라는 뜻입니다(폐업을 해도 돈이 듭니다).
보건증(건강진단 결과서)도 매년 발급받아야 하고, 위생 교육도 매년 받아야 합니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식당 내외를 꾸미려면 더 많은 돈이 듭니다.
식탁과 의자를 사야 합니다. 손님이 식사하는 홀을 적정 온도로 쾌적하게 유지하려면 에어컨을 사야 합니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선풍기만 틀어놓고 장사를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려면 용도에 맞는 냉장고와 냉동고를 구입하여야 합니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밥솥도 사야 하고 그 밥을 알맞은 온도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온장고도 필요합니다. 음식을 만들어 손님 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냄비와 프라이팬과 웍부터 밥공기와 접시까지 각종 주방용품 일체를 장만해야 합니다. 현명한 지출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집기는 무조건 적게 사야 합니다.
식당 개업을 준비할 때, 꼭 필요한 기본 집기를 포함하여 물품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허영심에, 불안한 마음에, 필요 이상으로 물품을 사는 것은 내 돈을 허공에 뿌려 대는 것입니다. 그냥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개업한 이후에 찾아옵니다. 장사를 하다 보면 한 푼이 아쉬울 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애초에 구매 충동을 억누르고, 지출을 참아낸 그 개업 자금은 비상금으로 차곡차곡 모아 두어야 합니다. 장사가 안 되어 망하는 가게는 지출 또한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버는 게 어렵지만 쓰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지출처가 생기면 한 번, 두 번, 열 번 이상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필요한 물건이라도 열 번을 생각하고 참다 보면 그 물건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참다 보면 생각이 바뀌거나 합리적이고 가성비 좋은 대체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충동구매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기 어렵지만 참아야 합니다.
돈을 아끼겠다고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티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장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반 식당이라면 티브이는 꼭 필요한 집기가 아닙니다. 식당에 티브이가 있는 것은 손님의 식사 시간을 더디게 만들어 회전율을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결국은 매출을 떨어트리는 행위입니다. 없느니만 못한 물건입니다. 매달 지출이 되는 시청료 또한 식당의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입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식당을 하면 처음부터 꼭 필요한 집기입니다. 테이블 수와 예상 회전수를 감안하여 구입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라고 착각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산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대박 식당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많이 살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메뉴에 따른 개별 집기도 필요합니다. 가령 연포탕이라는 메뉴가 있다면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추가로 필요해집니다. 저는 처음 개업 준비를 할 때부터 연포탕을 할 계획이었기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테이블 수에 맞추어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영업을 하다 보니 여유 있게 산 물품이 몇 년이 지나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과잉 물품으로 자리만 차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필요 이상의 지출로 비용과 장소적 손해를 자초한 것이지요. 더구나 연포탕이라는 메뉴를 없애고 나니 보관 장소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피 같은 내 돈을 낭비한 것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비품이 필요하다면 본인이 생각한 필요 수량의 1/3만 구입하는 겁니다. 정작 필요할 때 부족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만약에라도 예측이 틀리면, 장사가 생각보다 아주 잘되는구나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추가로 구입하면 됩니다. 작은 비품 하나라도 신중하게 구입하여 쓸데없는 지출을 막아야 합니다.
창업을 하면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시작을 할 때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열심히 일해서 내가 처음에 쓴 돈을 회수하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 처음 들어간 초기 비용이 적을수록 자금 회수의 기간이 짧아집니다. 그렇게 자금을 회수하고 나면 장사가 재미있어집니다. 때때로 장사가 안 되어도 참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큰돈을 쓰다 보면 장사가 조금만 안 되어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빚까지 지고 시작했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장사에서 성공하는 법을 모르지 않습니다.
잘 알면서도 이상한 길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헤매다 쓰러지고 맙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고, 내 예측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요행으로 성공하는 식당은 로또 당첨과 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로또에 걸고 살 수는 없습니다.
결국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공부하고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카페나 해볼까?' '식당이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건물주, 인테리어업자, 식자재업자만 배 불리게 됩니다. 내가 망하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자영업자가 너무 힘든 세상이지만, 그들 모두가 시절을 잘못 만난 사람들뿐이겠습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