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
오늘은 요식업 관련,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저는 식당에 대해서, 요식업에 대해서 아무 경험도 없이 7년 전 창업하였습니다. 중간중간 딴짓도 하였지만 창업 전에는 줄곧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사실 별다른 사전 준비가 없었습니다. 사전 준비를 할 여유 없이 갑자기 창업을 결심하였고, 그제야 뒤늦게 책도 읽고 관련 공부를 시작했지만 바로 점포를 계약하는 바람에 개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습니다. 절박했고 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19년 2월 식당 개업 후, 코로나 강을 건너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경험도 없고 준비도 부족하고 자금도 없던 제가 이 치열한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겁니다. 그러니 다른 누구라도 식당을 할 수 있습니다. 미리 겁먹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영업 별거 아닙니다.
다만 지금부터 들려 드리는 요식업 선배의 현장 경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창업을 결심하면 준비 단계부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사람입니다. 사람을 잘 만나면 성공이 가까워지고, 사람을 잘못 만나면 실패가 가까워집니다.
예비 창업자가 지혜롭고 야무지면 훌륭한 멘토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팔랑귀에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면 똥파리 같은 사기꾼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설령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실력 없는 자들을 만나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시작부터 진이 빠집니다. 똥파리는 전문가의 가면을 쓰고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자기 말만 들으면 떼돈을 벌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돌아가지 않습니다.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실력도 노력도 아니지 않습니까. 가상화폐로 큰돈을 번 사람이 제법 됩니다. 물론 그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운으로만 돈을 벌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력과 실력만으로 그들이 파이어족이 되었다고도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요식업으로 창업을 하는 자가 요행을 바란다면 백전백패입니다.
요즘은 정부 관련기관의 창업지원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하였지만, 지역 자영업 지원센터, 소상공인진흥공단, 여러 은행 등이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예비 창업자를 돕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창업 후에도 창업자의 업종에 맞추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책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창업자 본인이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성의껏 준비에 임한다면 관련된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부터 체계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굳이 컨설팅 기업을 찾아 돈을 낭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를 만나 그를 멘토로 삼아도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속시원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지식은 얄팍하고 범위도 좁습니다. 따라서 제 이야기를 듣고 필요 없는 이야기는 버리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만 취하면 될 것입니다.
저의 창업 환경을 보겠습니다.
저는 3無 & 3多라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창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식당 일 별거 아닙니다. 즐기며 시작하되 꼭 제 말을 기억해 주세요.
저의 창업 환경
3無
1無. 무업력(경력) : 요식업(식당) 경력 전무. 창업 이전까지는 음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였습니다.
1無. 무자본 : 내 돈 없이 빌린 돈으로 시작하였습니다.
1無. 무사전준비 : 사전 창업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저질렀습니다.
3多
1多. 나이가 너무 많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요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多. 사업에 도움이 안 되는 자존심이 너무 강했습니다. 남을 의식하고 과거의 잘 나가던 시절만 돌아보고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창업을 하는데 정말 1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자존심입니다. 차라리 자존감을 가지세요.
1多. 빚이 너무 많았습니다. 다행히 점포의 월세와 보증금은 많지 않았습니다. 권리금 및 인테리어 비용은 최소화하였습니다.
사실 초보자가 식당을 개업하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처음 몇 달간은 소위 개업발이라고 하여 오픈 프리미엄이 있어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중심으로 손님이 찾아줍니다. 그러나 이 개업발이 서서히 옅어지면 사장의 근심은 깊어집니다. 손님이 없으면 나가서 다른 가게를 확인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잠도 잘 못 이루고 하루하루가 근심과 걱정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이, 우리 가게만이 겪는 일이 아닙니다.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인 것입니다.
서울 성북구 삼각산 근처에 줄 서서 먹는 맛집이 하나 있습니다. 들깨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인데 그 집 사장님이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인 롱펠로우가 인생 찬가에서 노래했듯이 사람은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자기의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는 자신을 가지고 그날을 위해서 꾸준히 준비하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실력이 있는 자만이 자기의 시대가 왔을 때 그 기회를 포착하여 힘차게 일할 수 있다. 실력이 없는 자는 자기의 시대가 와도 그 기회를 절대로 붙잡지 못한다."
바로 이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계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그 결정적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들깨칼국수 사장님의 말씀처럼 평소에 꾸준히 준비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절대 의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준비하고 실력을 쌓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