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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Jan 21. 2024

식당의 탄생

18. 신메뉴 이야기 1


 “배고픈 자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달게 먹는다. - 飢者甘食(기자감식)"


          

 노욕(老慾)은 식욕(食慾)과 함께 온다더니 요즘 들어 식탐이 부쩍 늘어난 걸 보면 저도 제법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ㅠㅠ 


 신진대사는 떨어지지, 게다가 운동은 멀리하지, 술과 기름진 음식과 정크 푸드는 눈이 멀어 사랑하지. 당연히 체중이 밉상스럽게 불어나네요. 한때는 비쩍 마른 몸매가 타고난 체형이라고 좋아했건만, 더 살아보니 인간의 오해요, 신의 장난이었습니다.     


 비만은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자들에게만 찾아오는 몹쓸 저주라고 치부하며 그들을 비웃은 뚱보 마스터의 건방짐을 반성합니다. 아무튼 맛있는 음식에는 죄가 없습니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메뉴는 사장의 마음을 대신할까요?


 골목식당의 벽에 붙어 있는, 한눈에 다 읽어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메뉴들. 그것을 욕심이라고 사장에게 호통을 치던 어느 전문가의 마음과 저 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식당을 해보니 그 무거운 메뉴를 등에 업고 사는 골목식당 사장의 고독한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반대로 메뉴 하나로 대박을 치는 가게라고 사장이 욕심에서 벗어나 해탈을 한 사람일까요? 그것은 절대 아닐 거라는 마음, 이런 제 생각이 오해만은 아닐 거라는 믿음이 이제는 생겼습니다.

사실 욕심이 나쁜 거라고 나무랄 수는 없을 거예요. 잘해보려 욕심을 부리는 것이고, 고뇌하기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신메뉴는 고민의 산물입니다. 더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수없이 이어지는 시행착오, 골목식당 사장은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변화하려는 몸부림에 누군가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손뼉을 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엄청 엄청 많은 메뉴를 개발하였습니다. 때로는 낙지집에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메뉴도 개발하였습니다. 개발하고 또 개발하고 자꾸만 개발하였습니다. 무수한 메뉴가 만들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신메뉴를 만드는 것은 잘살아보자는 욕망의 표현이요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내겠다는 도전의 반복이었습니다.     

     

 낙지를 중심으로 한 ‘Sea Food Restaurant’를 표방한 땡땡낙지는 개업 한 달 만에 신메뉴로 초능력자가 직접 개발한 ‘수제 바삭 통새우카츠정식’을 출시하였습니다. 이 메뉴는 개업 만 5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만들고 팔고 또 만들어 팔아왔습니다.    

 

 신메뉴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통새우카츠정식에 이어 시즌 한정 메뉴인 ‘알이 꽉 찬 제철 주꾸미 샤부샤부’와 ‘호래기회’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바사삭 고구마해물파전’을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반죽에 밀가루보다 입자가 거칠고 오돌토돌한 세몰리나를 첨가하고, 기존의 새우와 홍합에 바지락살, 오징어 등을 추가하여 씹히는 맛을 높였습니다. 고구마채를 더욱 가늘게 채 썰고 많이 뿌려 바삭한 맛을 더했으며, 최고의 비법 재료를 파전 표면에 뿌려 명실상부한 바사삭 파전이 되었다고 자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파전은 몇 가지 이유로 이후 판매를 중지하였습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식당을 오픈할 때는 이미 판매할 메뉴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 지속되다 보면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새로운 메뉴를 보강할 필요가 생깁니다. 물론 기존의 메뉴라도 판매 실적이 시원찮으면 과감히 없애 버려야 합니다. 따라서 신메뉴 개발은 가게의 모든 상황에 맞추어 흐르는 강물처럼 개발이 되어야 하고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자연스럽고 지속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메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매장은 단언컨대 살아 있는 매장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신메뉴 개발이 도깨비방망이를 내려치면 뚝딱하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트렌드를 읽어내야 하고 우리 가게의 기존 메뉴와의 매칭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메뉴가 선정이 되었으면 기존 조리법은 물론이고 창의성을 가미하여 내 가게만의 무언가가 더해져야 더욱 쉽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깊이 있는 연구와 반복적인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말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개발하겠다고 이름을 올린 메뉴가 그동안 무수히 사라졌으며 운 좋게 태어난 메뉴도 출시는 물론 판매가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수도 없이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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