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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Mar 03. 2024

식당의 탄생

24. 신메뉴 이야기 4 - 멘보샤

         

 미쉐린 가이드 최고 등급인 3 스타 하나 없는(현재 유일한 3 스타인 ‘모수’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영업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또 하나의 3 스타로 광주요 그룹이 강남에서 운영해 온 '가온'은 자본 잠식 상태가 지속되다가 결국 2023년 초 영업 종료.) 대한민국에 '장사의 신'은 왜 그리도 많은 걸까요?      


 장사로 조금만 돈을 벌거나, 아니면 책 몇 권 내어 조금 팔리면, 대파 한 단 다듬 본 적 없는 자조차도 장사의 신이 되고 요리의 신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장사는 인간이 하는데 왜 신이라 우기는 걸까요? 너무 까불면 혼나는 법인데 걱정입니다(애고, 마스터 네 걱정이나 하자).   

  

 물론 자뻑은 그들의 자유입니다. 다만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거나, 요리와 장사에 진심인 식당 사장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신메뉴, 멘보샤의 일대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낙지집에서 정말 별 걸 다 합니다만, 이 녀석은 지금도 고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효자 메뉴랍니다.  


        

1.     

 

 멘보샤(빵새우라고도 부르겠습니다.)는 중국 음식이라는데 정작 마스터의 가족이 중국에 머물 때는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입니다. 따라서 정통 본토의 맛은 잘 모르지만, 튀길 때 식빵이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방송에서 이연복 씨가 만드는 걸 보고 나서는 저렇게 유명한 셰프가 만들면 맛이 다를까? 궁금한 마음 조각 하나를 가슴 한편에 숨겨 놓았던 음식인 것은 분명합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식당을 시작하고 초능력자가 바로 이 멘보샤를 만든 적이 있지요(멘보面包는 식빵, 샤虾는 새우로 멘보샤는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고 기름에 튀긴 요리예요). 만든 멘보샤를 직원들과 함께 먹었는데 모두가 놀라운 맛이라며 감탄했습니다. 특식을 만들어 주는 초능력 사장님께 고마워서 한 말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한 번 만들어 먹고는 까맣게 잊혔던 멘보샤를 초능력자가 갑자기 다시 만들어 냈습니다. 전보다 훨씬 맛있게 만들었으니 먹어보라 하면서 말이죠.    

  

 와아~, 정말 맛있었습니다. 빵 빵 터지는 통새우살이 예술이었습니다. 기름도 많이 먹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전 것과는 다른,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의기양양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신메뉴로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빵 빵 터지 새우! 빵새우, 멘보샤의 탄생입니다.          



2.     

 

 멘보샤는 빵이 노릇노릇 적당히 튀겨져 바삭바삭하고, 통새우의 터지듯 씹히는 식감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아무리 맛있는 빵새우라도 기름에 튀긴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많이 먹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빵새우 맛집을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빵새우 맛집이 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빵새우가 중국 요리의 하나이기에 잘한다는 식당은 거의 중화요릿집이었습니다. 당연히 빵새우를 파는 낙지요릿집은 없었던 것이요.^^      


 빵새우가 비교적 조리법이 단순한 음식이기에 맛집이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한 차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맛이 없는 집은 있어도 맛있다는 집은 맛의 수준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빵새우의 맛을 결정하는 몇 가지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좋은 재료를 쓰는 것입니다(물론 맛집들은 좋은 식용유와 기타 최상의 재료를 쓰고 있을 테죠).      


 두 번째는 새우살의 간 맞춤일 것입니다(짜고 안 짜고의 레벨이 아니라 얼마나 풍미가 있는 맛을 구현해 내느냐의 문제이겠지요).      


마지막으로는 튀길 때의 온도입니다. 최적 온도야말로 겉바속촉의 가장 중요한 관건일 겁니다.      


 그리고 식당 주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가격입니다. 식당의 음식이라면 당연히 맛이 중요하지만 맛있는 음식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정 가격은 최상의 매출로 보답할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맛집이라기보다는 핫플레이스에 가까운 가게들의 과도하게 비싼 가격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만의 세상이 있겠지만요. 그렇다고 자선사업을 할 수도 없고 욕먹기 싫어 가격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격 책정은 어렵고도 중요합니다.          



3.      


 시간이 지나고 단골손님 한 분이 일행들과 함께 가게를 찾았습니다. 초능력자는 그들이 주문한 음식 이외에 추천 메뉴로 빵새우를 권유하였지요. 그리고 그들은 코스 요리처럼 식사를 마치고 빵새우를 먹었습니다.      


 지금부터가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손님 중의 한 분이 바로 빵새우 마니아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빵새우 맛집 리스트를 보여 주며,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다는 빵새우의 인증샷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식도락 무용담 같은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이 대박이었습니다.      

"제가 맛있다고 몰래 간직해 둔 맛집의 빵새우보다 맛있어요. 앞으로 대박 나시겠어요."      


 에피소드 둘,

손님 일행 중에는 우연히도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의 본사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손님들이 빵새우의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한다고 소란스럽고 유쾌하게 논쟁을 벌일 때 모든 것의 종지부를 찍는 명쾌한 결론을 내려 주었습니다.      

"빵새우로 돈 벌 생각을 말고 줄을 세워 보세요."       


   

4.      


 "빵새우로 돈 벌 생각을 말고 줄을 세워 보세요."   


"............?"      


 처음에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내 제 얼굴을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그제야 그의 속내를 알아차린 저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   

   

 그의 뜻은 멘보샤가 여러 메뉴의 하나로 그냥 묻혀 버리지 않도록, 또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하지도 말고,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추어 손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ㅇㅇ낙지의 시그니처 메뉴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돈 벌 생각을 말고 줄을 세워 보라는 그의 말대로 되어줄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결과와는 상관없이 평소 ㅇㅇ낙지를 즐겨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께 작은 성의가 담겨 있는 보답 같은 메뉴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5.      


 멘보샤는 많은 검토와 시행착오를 거친 후, 3년 전인 2021년 10월부터 정식 메뉴가 되었습니다. 고객의 조언대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였습니다. 많은 손님이 찾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줄을 세우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그 후 고민 끝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나름 고객의 사랑을 받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연히 지금의 모습에 만족합니다. 메뉴를 개발하여 지금껏 재료 준비 및 조리에 정성을 다하는 초능력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얼마 전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장사의 신이 그의 책에서 말합니다.      


 "돈을 벌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 나쁜 짓으로 번 돈으로는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주 멋진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SNS를 통해 잘못을 빌었습니다. 장사의 신의 돈벌이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앞으로의 그의 모습이 그의 사과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밝혀 줄 것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착하게 살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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