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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Sep 29. 2024

식당의 탄생

52.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나요?


  서운하지만 경기는 언제나 나빴습니다. 


  경기는 항상 좋지 않았습니다. 장사는 언제나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사장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적이 없습니다. 반면 경기 탓을 하는 사업주가 사업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남의 탓을 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대놓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의 엄습은 우리 자영업자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예측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피해 갈 방법도 없었습니다. 물론 업종에 따라 피해의 규모는 달랐기에 나만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남 탓, 코로나 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예외적인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따로 떼어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지혜로울 것 같네요.


  사각의 링에 오르면 한눈을 팔 겨를이 없습니다. 잠시라도 딴짓을 하면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재수가 없으면 카운터 펀치에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애정 어린 가게들도 일단 오픈을 하면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시작했으면 그 순간부터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게임일 뿐입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탓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부정적인 마음이 가득한 상태로 자신의 일에 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핑계로 가득 찬 식당에 좋은 에너지가 충만할 수 없습니다. 손님들도 곧 알아채고 맙니다.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부끄럽고 불편한 얘기지만 저는 매사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성향을 지녔습니다. 긍정보다는 부정의 시선이 강합니다. 사람들의 장점을 칭찬하기보다는 단점을 들춰내기를 좋아라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제 가게를 시작하면서 남의 탓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매사에 감사했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는 반성을 하고 개선을 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제가 책임을 지고 일을 하였습니다. 


  직장 시절 모셨던 보스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남의 장점만을 보아라. 그리고 그것을 배워라.” 


  경기가 나쁜 것은 경기 탓이 아니고 자신의 탓일 뿐입니다.






 경기는 지금도 나쁩니다.

신문을 펼치면 자영업자가 힘들다는 기사가 연일 게재됩니다.


"직원보다 돈 못 버는 사장님, 전국에 23만 명 있다."

- 뉴시스


"작년 폐업한 자영업자 91만 명."

- 부산일보


"빚내서 빚 갚는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1년 새 13조 증가."

- 한겨레


"자영업자 75%, 월 100만 원도 못 번다."

- 한국경제

  

  

  어떤가요?

같은 자영업자로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에 숨이 막히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불편한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경기가 항상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빚이라는, 폐업이라는 글자가 지워지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해보려 애쓰는 그들이 반드시 살아남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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