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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Sep 22. 2024

식당의 탄생

51. 나의 작은 방


  유년 시절의 어느 날, 간절히 바라던 나만의 작은 방이 허락되었을 때를 기억합니다. 낡고 무거운 나무 책상을 혼자서 낑낑거리며 이리저리 옮겨 봅니다. 창가에도 놓아 보고 다시 들어 왼쪽 벽, 오른쪽 벽에도 놓아 봅니다. 작은 옷장도 맘에 드는 곳에 놓습니다. 가구는 그게 전부. 사실 워낙 작은 방이라 무언가를 더 들여놓을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어머니가, “이건 네 방에 좀 놓아라.” 하시며 가져오신 잡동사니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도 신이 났고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있기만 해도 행복했습니다. 만약에 그런 소중한 제 방을 돈 많은 집안의 친구들이 보았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게 니 방이야?...” 






  작고 초라한 방에 들어와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함께 하고 어머니가 깎아주신 사과를 함께 먹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작은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어린 꼬마들 말입니다.

  

  어쩌면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린 저는 어린 시절의 소중하고 작은 방을 작은 식당으로 다시 고쳐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작은 식당에 친구처럼 좋은 사람들이 찾아와 행복해하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들어와 자리에 앉기만 해도 행복해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작은 방은 동네의 작은 사랑방으로 자라났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모여 맛있는 한 끼 식사로 기쁨을 나누는 곳이 되었습니다.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오늘 하루 당신이 한 끼 식사로 힘을 낼 수 있도록 저 또한 더욱 힘을 내겠습니다.





  하늘이 파랐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온 거지요.

하늘은 무지 파랗고 아침 출근길은 조금 쌀쌀.

추분이 되어서야 적당히 물러간 여름, 올해 여름 이놈 정말 징합니다.

세상에 힘든 자, 밥 많이 먹고 행복하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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