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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63. 인심을 얻는다는 것은

by 판도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심야식당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무대가 일본 도쿄의 신주쿠이다 보니 제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대학 시절 3개월의 짧은 어학연수를 하며 살고 일했던 곳이 바로 신주쿠 가부키쵸이거든요. 심야식당의 마스터를 보며 그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비록 엄청난 인심은 아니지만 그는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베풉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느끼기에 식당 주인으로서의 그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손님과 소통하며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 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지 못하기에 더욱 그가 존경스럽습니다. 새해부터는 심야식당의 마스터를 닮도록 노력하겠노라 새삼 다짐합니다.






개업 초만 해도 인심이 후한 식당만이 대박 식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게 다일까 하는 의구심도 가슴 한편 구석에 품고 있었습니다. 즉, 대박 식당이 되기 위한 (모든 필요조건들을 아우르는) 최상위의 가치가 바로 '인심'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밝히는 것은 다음 편으로 잠시 미루고 오늘은 개업 초기 저의 굳어 있던 사고에 대하여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래는 개업 당시의 인심에 대한 저의 시각입니다. 대박 식당의 비결이 곧 인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순이 혼재하는 시기였습니다. 참고로 아래 글을 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기였습니다.


<대박 식당의 공통된 비결은 바로 후한 인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제 생각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제 마음 중심에는, '인심'이라는 가치야말로 대박 식당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덕목이라는 생각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식당을 살리고 식당을 빛나게 하는 유일한 가치는 바로 '인심'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있을지 계속 찾아보는 고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상반된 두 가지의 사례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입니다.

들깨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이 있습니다. 칼국수를 즐겨 먹지 않는 저로서는 그 집의 칼국수가 정말 소문대로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피크 타임을 비켜난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에 방문하였음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었고 저희 일행이 식사를 시작했을 때도 손님들의 대기 행렬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손님들이 몰리는 이유가 무얼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지만 제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생겼습니다. 이 집에서는 메인 메뉴인 들깨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작은 보리밥 한 공기와 직접 만든 듯한 보리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고추장 소스가 따라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채와 콩나물과, (별도 메뉴로도 있는) 돼지고기 수육이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이른바 전채 요리입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수육과 보리밥 한 그릇에 저는 무릎을 탁 치며 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맛집의 인심이라는 거로구나 하며 바로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났다면 좋았으련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뜻밖에도 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쉽지도 않고 지속 가능한 것도 아니란 것은 맞아. 그렇지만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 여기 한 곳뿐일까?'


그렇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 모두가 대박 식당이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결국 인심이란 것도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일 뿐인가? 하는 생각에 말이지요.


두 번째 경험입니다.

TV에도 나온 백종원의 '낙지볶음 삼대천왕'의 한 집을 오낙 오픈 전에 찾았습니다. 이곳 역시 대기 행렬이 길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일부러 식사 시간을 비키어 찾았건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역시 맛집이구나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지요. 그러나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나온 음식을 먹으며 많이 놀랐습니다. '이게 낙지볶음의 몇 대 맛집이라고? 내가 낙지볶음 맛을 잘 모르나?' 그저 그런 음식의 맛에 실망이 컸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너무 적은 양의 식혜에도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평가는 만인만색이기에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식당이 인심이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먼 식당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은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서는 대박 식당의 반열에 올라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두 집이 서로 달랐습니다. 더 많은 식당을 찾아봐야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서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단 두 맛집을 비교했을 경우, 인심이 대박 식당을 가르는 성공의 열쇠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심이라는 것이 대박식당이 될 수 있는 참 좋은 가치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이 쌓인 만큼 1년 차 초보 사장의 눈과 7년 차 식당 사장의 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차이가 없다면 지금껏 헛고생을 한 것과 다름없겠지요. 더욱 경륜이 쌓여 백년가게의 주인이 된다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겠지만, 아무튼 인심만으로는 대박식당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의 저의 판단입니다. 그럼 인심의 위에 자리하고 있는 대박 식당이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가치는 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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