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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65. 인심이 전부가 아니라면

by 판도


고객에게 사랑받는 식당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대박 식당의 성공 열쇠가 인심이 아니라면 말이죠. 또 다른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말이 됩니다. 특히 식당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삶 전부를 건 무대일진대 식당의 성패 요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인심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심만으로는 1%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럼 그것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수년의 세월이 흘러도 답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때문에 제가 운영하는 식당이 지금껏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나니...


그렇게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흘렀습니다.

분명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이상 그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무지한 식당 주인, 즉 저라는 사람은 자책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른빨래를 쥐어짜듯 끝없이 골몰하다 보니 마침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운'이라는 것.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 더구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는 행운이 찾아와도 그것이 행운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설령 알았다 해도 부여잡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작은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점차 맛집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지만 주차장이 없기에 보다 많은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없는 주차장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갑자기 그 식당의 바로 옆 건물이 허물어지더니 공영 주차장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운'이 따른다는 것이 아닐까요? 식당 주인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물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겠지요.


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맛은 좋지만 그저 평범한 식당이었는데 어느 날 셀럽이 방문하여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리고 맛있는 식당이라고 리뷰를 남기면 그다음 날부터 그 평범한 식당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 식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식당이야말로 1% 부족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하늘이 '행운'이라는 모습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닐까요? 즉, 노력하지 않는 식당은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진심 어린 인심과 운의 조합이 대박 식당을 만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알려 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길은 대박 식당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모든 성공의 길과 만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의 비결이 인심이고, 설령 그것을 모든 이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성공이 모든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즉,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인심에 운이 더하여져야만 대박식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대박 식당이 되기 위해서는 운도 필요하고 인심도 필요하지만 그것들을 아우르는 최상위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은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바로 그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합니다.






오늘은 오늘도낙지에 깃든 운에 대하여 생각하며 글을 마치렵니다.

돌이켜보니 비록 대박식당은 못 되었지만 행운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래 사례를 읽어보시면 깜짝 놀라실 정도로 말이죠.


우선 점포 임대료가 주변보다 저렴하였습니다(입지는 좋지 않았지만요).

또한 생각지도 못한 귀인으로부터 낙지볶음 소스를 무료로 전수받았습니다(낙지볶음은 소스가 맛의 9할을 좌우하지요).


그리고 비록 코로나19의 위기를 찐하게 겪었지만 운이 좋게도 오낙이 코로나와 조우한 건 개업 직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1년 후였다는 것입니다. 만약 개업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개업 1년 만에 건물주가 재건축 선언을 하였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가 상승하여 건물주가 재건축을 포기하였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대학 인근에 자리 잡다 보니 학생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었습니다(젊은 친구들이 낙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헤아려 보니 모든 것이 운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았습니다.

천우신조라더니 하늘과 신령이 도운 식당이 맞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이 모든 행운에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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