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당의 탄생

68. 네가 식당을 한다고? 너무 웃긴다 얘!

by 판도



한 해가 저물어가던 2018년 겨울 어느 날이었지요.


제가 식당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친구가 뱉은 첫 마디가 말이죠.


"네가 식당을 한다고? 너무 웃긴다 얘!"


'식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너라는 인간은 절대 할 수 없다'는 무시와 조롱 섞인 말이었지요. 뼈를 때리는 친구의 말에 당연히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저를 잘 아는 친구의 말이다 보니 그냥 흘려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요.



맞아요, 저라는 사람은 그렇습니다.

꽉 막혀서 융통성이 없습니다. 곧이곧대로의 성격으로 원칙만을 강조합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합니다. 합리화에도 능합니다. 무언가에 미치는 성격도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제 친구는 그런 저의 성격을 간파했던 것이죠. 식당을 개업하면, 시비 거는 손님을 다루지 못해 싸울 것이고, 오신 손님 비위를 맞추지 못해 결국 손님이 줄어들 것이고, 손님 끊겼다고 툭하면 가게 문 닫고 도망칠 것이고,...

결국 네가 한 식당은 얼마 못 가 망할 것이 불 보듯 빤한 일이라고...


요식업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손에 물 묻히기 싫어하는 사람. 폼 나는 일만 하겠다는 허영에 가득 찬 사람. 서비스 의식이 없는 사람. 사람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꾸준하지 못한 사람, 돈만 밝히는 사람, 매사 부정적인 사람. 그런 사람이 요식업에 나서면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본인 또한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그래서 천직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찬 밥 더운밥 가릴 수 없는 것이지요. 식당이건 치킨집이건 카페건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운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빚을 지건 부모의 돈으로 하건 모은 돈으로 하건, 본인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남보다 나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일 테니까요. 누구이건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열심히 해도 수입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번듯한 내 사업체를 갖는 꿈을 꾸면서 누군가의 밑에서 인내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토요일인 어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문 닫고 그냥 쉬는 것이 나을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인 매출이 좋지 않다 보니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합니다.

특색 있는 신메뉴를 출시해야 한다. 서비스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셀프바의 반찬을 보강해야 한다...


그러나 궁리는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옵니다.

어떻게 하면 대표 메뉴인 낙지볶음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기에 이릅니다.


술도 그렇습니다. 안 팔면 저만 손해입니다. 브레이크 타임도 없애고 마감 시간도 연장해야 합니다. 아니, 연중무휴 24시간 일해야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입니다.






2월 9일은 오늘도낙지의 여섯 살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초능력자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앞으로의 결의를 다졌습니다. 물론 그의 헌신에 감사했지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다 보니 생긴 지 얼마 안 된 식당이 폐업을 했더군요. 최근 들어 상권 내 세 곳의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가격대가 있는 초밥집 하나, 제법 업력이 깊었던 추어탕집 하나 그리고 짧은 생을 마친 우동집 하나.


뭐 식당의 생애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에 사라진 식당을 향해 뭐라 할 것은 없습니다.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그들도 시작은 원대했을 테니까요.


지나 보니 그렇습니다. 가게라는 것이 오픈하고 수년이 지나야 드디어 전성기가 도래합니다.

그래서 시작하는 모든 가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 '처음 몇 년 잘 견뎌 모두가 백년가게의 찬란한 번영을 누리시길!' 그러면 누군가 말할 겁니다.


"네가 식당을 한다고 해서 웃겼지만, 어느새 7년 차라니, 대단하다 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식당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