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당의 탄생

69. 징크스

by 판도


식당 일이란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백년가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 하루를 게을리 살아도 흔적이 남는다. 언제나 가게를 깨끗하게 하고 음식의 맛을 유지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며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징크스 하나 - 내 속이 시끄러우면 손님이 발길을 돌린다.


가게라는 것은 불가사의한 존재라서 그곳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속에 화가 많으면 먼 곳에 있는 손님도 금방 알아차리는 모양입니다. 나쁜 에너지가 가득 찬 곳으로는 사람이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제가 초능력자와 다투고 분노로 온몸이 불타는 상태라면 손님이 그 낌새를 눈치채고 밥을 먹으러 오지 않는다는 - 그것이 하늘의 이치인지 자연의 섭리인지는 모르나 식당 안에 불순한 기운이 감돌면 오던 손님마저 돌아서고 만다는...


제가 초능력자와 다투는 것은 십중팔구 제 탓입니다. 욱하는 성질 때문에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사과하기를 반복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를 지었으니 손님이 발길을 되돌리는 벌을 받는 것은 아닐까 자책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라니.



징크스 둘 - 매상을 걱정하면 천사가 찾아온다.


오늘도낙지는 하루 매출의 대부분이 점심 영업에서 나옵니다. 이는 술안주를 없애고 나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저녁에 술 손님이 사라지고 나니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매출은 형편없이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 사장인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날들 중에서도 유독 손님이 없는 날이 있습니다. 초능력자와 다투지도 않았고 손님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날 풀이 죽어 쭈그리고 있다 보면 거짓말처럼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그것도 단골손님입니다. 물론 절대자의 구원이라기보다는 우연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손님은 천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런 천사 고객은 또 다른 손님을 부르는 마력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식당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손님입니다.






징크스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적 믿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는 쓰임새에 따라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부정적인 의미의 징크스로 사회적 미신 또는 개인이나 집단이 만들어내는 - 무언가를 배척하고 터부시 하는 현상입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걷는데 까마귀가 울며 하늘을 맴돌면 불길한 사건의 전조일 수도 있습니다. 시험날 아침 어머니는 절대 미역국을 끓여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징크스에 길들여지며 살아왔습니다. 결코 합리적일 수 없고 과학적일 수 없습니다.

요즘처럼 SNS가 여론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말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현상은 더 이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호들갑 너머의 집단적 광기를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징크스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신중한 생활 태도를 견지하는 것입니다. 미리 말수를 줄이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수를 줄이면 시간과 비용 또한 아낄 수 있습니다. 가벼이 행동하지 않기에 좋은 인품이 길러지고 고상한 인격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밝고 좋은 징크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웃음소리 가득한 식당에 손님이 많다.'


이는 좋은 기운이 넘치는 식당으로 손님의 발길이 향한다는 것이고,


'골목길을 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이것은 안팎으로 깨끗한 식당은 자연스레 손님을 불러 모은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밝고 행운 가득한 징크스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식당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