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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탄생

70. 반드시 때가 온다

by 판도


‘밀물 때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나는 바다로 나가리라(The high tide will come. On that day, I will go out to the sea).’



언젠가 그림 한 장을 보았습니다.


찌푸린 하늘, 어두운 배경 속, 물 빠진 모래톱에 오도 가도 못하는 배 한 척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림 아래쪽에 쓰여 있는 문구 하나,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저는 영희와 눈이 마주친 것이 아닌데도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여러 관련 기사를 찾아냈고 그중의 하나가 아래 글이었지요.


"스코틀랜드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오로지 배고픔을 면하려고 14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온 소년이 있었다. 초등학교도 4년밖에 다니지 못한 소년은 박봉을 받으며 매일 방문판매 일을 했지만, 당시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었기에 온종일 마을을 돌아다녀도 물건을 한 개도 팔지 못할 때도 종종 있었다. 어느 날 마음이 지치고 기가 꺾일 때쯤 소년은 한 노인의 집 거실에서 잠시 차를 마시고 쉬고 있었다. 그 집 거실 한 벽에는 낡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소년은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썰물 때의 해변에 초라한 나룻배 한 척이 놓여 있었고, 날씨도 금방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그 그림의 아래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밀물 때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나는 바다로 나가리라(The high tide will come. On that day, I will go out to the sea).’ 소년은 노인에게 그 그림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고, 노인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유산으로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소년이 28세가 되던 해 노인은 정말로 그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 청년은 이후 사업을 꾸리며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노인이 남겨준 그림을 보고 절치부심하며 ‘지금은 썰물 때이다. 반드시 밀물은 온다’는 희망을 품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소년 시절 이야기이다."






무슨 일이건 학습에 정진하고 생각의 틀을 키우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습니다. 기회가 아닐지라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냥 정체되어 고여 있을 것만 같은 식당 일에도 예외 없이 변화가 찾아옵니다. 변화는 발전을 말합니다. 발전은 스스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노력해야 합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생각의 크기를 키워 나가야 합니다. 실력을 키우며 묵묵히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떼돈을 버는 엄청난 기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기회를 말합니다.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우고 노를 저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개업 2년이 지나고 그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아무것 없이, 아무 생각 없이 2년이 지나간 것 같지만 그동안 나름 내공이 쌓여 왔던 것입니다. 기존 요리에 깊은 맛을 더하는 법을 터득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파스타입니다. 사실 낙지파스타는 개업 후에 친구의 추천으로 메뉴 개발을 시작했지만 몇 번의 실패로 그냥 묻어 두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소생시켜 준 것은 소상공인 지원 기관에서 진행하는 '비법 전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요리 명인의 도움으로 메뉴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낙지파스타를 하면서 파스타의 '파'자도 모르던 제가 파스타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경지를 넓혀 명란 파스타를 공부했고 이를 반복해서 메뉴화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보입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좋습니다. 고인 물이 되면 안 됩니다. 귀를 열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해야 합니다.


파스타는 아쉽게도 현재 메뉴에서는 제외하였지만 말입니다(낙지파스타와 명란파스타는 꼭 다시 하고 싶은 메뉴입니다).


누구나 말하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썰물 때가 있듯이 반드시 밀물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네 자영업자에게도 밀물 때는 찾아온다 믿습니다. 제게도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를 부여잡지는 못했지만 또다시 기회는 찾아올 겁니다. 제가 기회를 왜 놓쳤는지는 구구절절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회를 놓친 자는 자신이 왜 그것을 놓쳤는지 깨닫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일이기에 모를 리가 없습니다. 부끄러워서 외면하거나 게을러서 복기를 안 할 뿐입니다. 또다시 밀물이 밀려와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배를 띄우지 못하고 맙니다. 반성과 성찰이 없는 자에게 기회는 무의미합니다. 백 번 찾아와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인생의 밀물은 바닷물의 그것과 달라서 언제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배를 잘 정비하여 놓고 언제든 그것을 띄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배도 밀물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만두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베스트 원이 만두, 투는 피자, 쓰리는 짜장면이지요.


일요일이면 가끔 만두 맛집을 순례하며 만두를 사 와 집에서 맥주와 함께 먹는데요, 지난주에는 검단산 아래의 만두 맛집을 찾아 포장 주문을 하였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두를 포장(떡만둣국 1인분과 찐만두 2인분)해서 건네받을 때의 일입니다. 김치는 넣어 주신 건가요? 포장 손님에게는 김치를 안 드려요. 왜요? 그게 우리 식당 규칙입니다(그런가요? 가게 망할 규칙이네요).


괄호 안의 문장은 제 속마음이었지만, 진심이었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식당에 앉아 주문을 하는 손님에게는 모든 반찬과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심지어 자유롭게 리필이 가능하며 종업원을 몇 번이고 불러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손님은 당연히 식당 내 1/n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종업원은 물과 찬과 물수건을 기본으로 내어야 합니다. 식당 사장 입장에서 포장 주문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게임의 부전승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값에 포장을 해서 얌전히 사라져 주는 손님에게 김치 하나 안 준다니요. 포장 용기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를 하는 손님을 응대하는 수고와 비용에 비할까요?


식당이 그렇게 하는 정확한 이유가 무언지 당황스럽습니다.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만 합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도 별로입니다(정정합니다.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대접을 받고 이렇게 맛이 없는 만두를 먹은 제가 그 식당을 다시 찾을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문득 사장님의 머릿속이 궁금해집니다. 그 똥멍청이 사장은 대체 무슨 심오하고 영악한 꾀를 부린 걸까요?



화제를 바꾸어 기분을 전환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짓겠습니다.

어제 초능력자와 함께 미키17을 보았는데 말입니다.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대단하더군요.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그가 받지 않을까, 감히 예측을 해봅니다.

브런치 작가님 모두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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