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당신도 가끔은 식당 주인이 되고 싶을 때가 있겠지요
食堂이란 음식을 파는 집입니다.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즉 밥집을 말하지요. 그러나 오늘날의 식당은 밥을 파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밥만 팔면 재미가 없습니다. 식당이라면 모름지기 밥을 먹는다는 기본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겠지만 요즘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구태의연할 수 있습니다. 끼니를 때우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간과 시간과 분위기와 경험을 팔고 공유하는 식당에 고객은 환호합니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식당을 이용하며 땀 흘려 일한 노동의 피로를 풀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끽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멀리 가는 여행보다 자주 대하는 곳이기에 더욱 친근하고 소중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곳에서 더욱 많은 추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음식만 맛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함께 한 사람들과 유쾌한 일상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편안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음식은 당연히 맛있고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고 실내는 쾌적하고 따뜻하며 시원하고 청결해야 하고 종업원의 서비스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불편한 식당은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식당 주인 된 자는 찾아오는 자의 욕망을 헤아리고 채워줘야 합니다. 주인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이 좋다고 손님도 좋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죠. 집에서 나 혼자 먹는 밥이라면 모를까 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식당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만드는 나의 식당, 나의 가게에는 나만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철학이라고 하면 무척이나 어렵고 막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식당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의 식당에 그대로 그려내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가고 싶은 식당을 만드는 것이지요. 만약에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고 청결한 실내에 화분들이 많이 있고 테이블은 화이트 톤으로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대로 나의 식당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또 친절한 종업원이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좋았더라 하면 그대로 옮겨 와서 나의 식당에 대입하는 것입니다. 철학이란 나의 생각입니다. 나의 생각 그대로 식당을 만드는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저희 부부가 식당을 시작한 7년 전에는 자금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인수한 가게의 모습 거의 그대로를 유지하며 식당을 오픈하였지요. 인테리어를 새롭게 할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 가게였던 민속주점에서 낙지 요리를 파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민속주점의 단골들이 자연스레 식당의 테이블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람들을 대한 겁니다. 그들은 밥보다 술을 원했고 마시면 취해서 떠들며 진상음란마귀로 돌변하였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그랬다는 겁니다. 우리 부부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모순이 생겨 버립니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죠. 처음부터 손쉽게 인테리어와 아웃테리어와 각종 설비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무리하게 돈을 빌려 분수 넘치도록 치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내 혼을 담은 가게는 천천히 조금씩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듯 조심스레 정성을 다해 성장시켜 나가면 됩니다. 주위를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나의 가게에 물을 주고 바람이 통하게 하고 햇살이 비치도록 하면 됩니다. 성급하면 안 됩니다. 지나 보니 그렇습니다. 식당의 주인이 되고 싶나요? 그렇다면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매일매일 크는 식당 나무를 만들면 됩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제게는 너무 어려운 말입니다. 작가의 속마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는 이렇게 해석하였습니다.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도록 노력하라.'
어제의 일입니다.
낮 장사는 그럭저럭 버텨 내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입구 화단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던 초능력자가 풀이 죽어 들어왔습니다.
"거리는 인파로 붐비고 고깃집과 중국음식점은 손님들로 가득하네. 우리 집만 손님이 없어."
"그게 밥집의 한계 아닐까? 오늘 같은 토요일에는 사람들 모두 외식다운 외식을 즐기고 싶어 하잖아."
"고깃집은 그렇다 치고 중국집에서 무슨 외식을 해?"
"중국집이라고 짜장면만 파나? 고깃집보다 객단가가 높은 중화요리를 생각해 봐."
제 말에 초능력자는 더욱 풀이 죽었습니다.
"그러네..."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안 된 시각입니다.
기운 빠진 제가 말했습니다.
"그만 들어갑시다. 효율이 너무 떨어지잖아. 토요일 영업은 역시 딜레마야."
"그래요. 저쪽 테이블 정리할 때까지 손님이 오지 않으면 마감해요."
초능력자는 그렇게 말하며 저녁 영업 유일한 손님 테이블의 흔적을 지우러 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단골손님 두 분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겁니다.
그리고 연이어 들어오는 손님, 손님들...
가게 안이 갑자기 시끌벅적합니다. 저란 놈의 신화를 이루어내기에는 아직 참 멀었습니다. 토요일이라도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