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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Nov 12. 2023

식당의 탄생

8.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이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자, 저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아기 새는 연약한 부리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을 쪼아 깨트리는 고통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습니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세상만사도 똑같은 것 같아요. 쉽게 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설령 그런 일이 있더라도 결코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식당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뚝딱뚝딱 손쉽게 만들어진 식당이 오래갈 리 없다는 것이지요. 모름지기 식당을 해보겠다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저 같은 초보 식당 주인에게 있어서는 간판을 달았다고, 문을 열었다고, 바로 식당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경험과 연륜이 쌓이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식당다운 식당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는 아직도 제대로 된 식당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힘들어, 끝이 어딘지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ㅠㅠ).          






 2018년 한 해가 끝나갈 무렵, 우리(초능력자와 저)는 6개월 안에 ‘꼭 식당을 열자’하며 새끼손가락을 꽁꽁 마주 걸었습니다. 그리고 견고한 사업 계획(자금조달계획, 매출 계획, 탈출계획 등)을 세우기로 하였지요.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가나요? 사업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책상 앞에 앉기도 전에 초능력자는 처음 본 점포에 마음을 빼앗겨 덜컥 가계약을 해버렸으니, 그것이 그해 12월 27일의 일로 계획보다 6개월을 앞당긴 것이었습니다.     

 

 결국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온 그제야 갑자기 닥친 현실에 허둥대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을 오픈하기 위해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사전에 확인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술적인 중요도에서는 밀리지만 꼭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관련 서적을 통한 학습, 즉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책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는데, 한 번 읽고 울림이 있는 책은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당시 읽거나 읽겠다고 리스트업을 한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식당) 창업 관련 서적>

장사의 신 – 우노 다카시

성공하는 비결, 돈 버는 식당 - 배대열

식당공신(상위 1% 식당들) - 박노진

우리 카페나 할까 - 김영혁 외

나는 스타벅스보다 작은 카페가 좋다 - 조성민

장사 잘하는 집 - 혼다 마사카츠

여보게 지금 음식장사 하려나 - 안요한

100년 음식명가 창업 특강 - 김태수

가게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 도미타 히데히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 백종원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봉석

골목식당전쟁 - 조현기

골목의 전쟁 - 김영준

노포의 장사법 - 박찬일

나는 골목의 CEO다 - 이갑수

장사의 달인은 장사하지 않는다 - 신환수

백 년 음식점 일 년 음식점 - 이상화

100년 음식 명가 창업 특강 - 김태수           


<사업에 인사이트를 주는 책>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 이랑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강민호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강민호

끌리는 것들의 비밀 - 윤정원

퇴사 준비생의 도쿄 - 이동진

벌거벗을 용기 - 김경록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최경원

사업을 한다는 것 - 레이 크록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 - 이나모리 가즈오      


 그 밖에 음식 및 요리 관련 서적도 몇 권 읽었고, 프랜차이즈 사업 관련 서적 또한 읽을 계획이었으나 다른 일들의 중요도에서 밀려 미처 읽지 못했습니다.  

    

 결론.

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개중에는 내 시간과 피를 빨아먹는 빈대 같은 책들도 있었습니다. 전부가 좋은 책은 아니더군요.    

  

 점포를 계약하고 나니 슬슬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사전에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했는데, 그 순서가 뒤바뀐 것들도 많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했고, 식당의 주요 메뉴를 결정해야 했으며, 상호 만들기 등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아래의 글은 2019년 1월 초, 식당 오픈을 준비하던 때 써놓은 일기랍니다.

참 처절하죠. 뭐, 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20190106. 일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잠이라도 길고 깊게 자고 싶지만 5시간 정도 자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래서 만성 피로를 안고 산다.

어떻게든 기력을 찾고 힘 있게 일하고 싶어서 안 먹던 종합영양제까지 찾아서 먹게 되었다.

정말 에너지 넘치게 일하고 싶다      

하루에 서른 번도 넘게 생각이 바뀐다.

하지만 이건 변덕도 아니고

귀가 얇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부족했던 나에게 새로운 것을 입히는 과정이다.

수없이 바뀌어도 좋다.

다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반드시 정리된 자리를 찾을 일이다.  






 아, 덧붙여 한 가지만 더.

요즘 살을 빼겠다고 짐에 다니는데, 사람이 너무 없는 거 있죠. 전에 다니던 짐은 러시아워의 전철 속 같아 가기가 싫었는데, 이곳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보니 이거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      

가게도 마찬가지.

사람이 너무 많으면 여기 맛집이네 하면서도 그 틈에서 괜히 서두르는 마음에 불편한 느낌.

반대로 손님이 너무 없으면 멀쩡한 음식까지 맛없게 느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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