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아침을 위하여
새벽 다섯 시, 공기는 유리처럼 얇고 차다.
나는 그 투명한 막을 밀고 부엌으로 들어선다.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는 공간,
어머니의 등이 창가에 서 있다.
도마 위로 칼끝이 떨어진다.
톡, 톡, 톡.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처럼,
이른 아침의 적막 속을 두드린다.
배추가 썰리고, 나물이 삶아진다.
끓는 물 위로 흰 김이 오르며
이 집의 온기가 천천히 깨어난다.
그건 이곳이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리게 퍼진다.
나는 식탁 한쪽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본다.
당신의 하루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아마도 나의 하루를 준비하기 위한,
아주 오래된 습관 같은 기도였을 것이다.
된장의 냄새, 삶은 나물의 향,
무엇 하나 자극적이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무해한 삶’을 말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그 말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껍질을 벗기고, 불을 지피고, 간을 맞추는 일.
그 단순한 행위 속에
세상을 다독이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국물이 목을 지나갈 때
내 안의 굳은 덩어리들이 천천히 풀린다.
우리는 마주 앉아 조용히 밥을 씹는다.
말은 없지만, 그 침묵이 서로의 숨을 잇는다.
창밖으로 흐린 햇살이 번진다.
하루가 조용히 열리고 있다.
나는 밥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본다.
오늘 하루는 다짐한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투명하게, 이 순한 아침처럼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