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평화롭게 실패한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한 지 7분 만에,
나는 부엌에서 김밥 재료를 꺼내고 있었다.
왜 일요일만 되면 사람은 쓸데없는 도전을 하는 걸까.
마치 ‘오늘 나 좀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볼까?’라는 욕망이
조용히 고개를 드는 것처럼.
일단 당근을 볶았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길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기름이 손등에 딱 튀었다.
“아… 일요일이다.”
시금치를 데쳤더니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
아니, 왜 데치면 성격까지 소심해지는 건가.
계란을 부치자 가장자리만 익고
중앙은 스크램블·오믈렛·계란찜이 동시에 존재했다.
게다가 단무지는 자꾸 도망갔다.
일요일은 원래 일이 안 되는 날인가 보다.
그래도 김 위에 재료를 올릴 때만큼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이 정도면 성공이다.”
그리고 돌돌 말았다.
말았다.
말았다…
잠깐, 말고 있는 게 맞나?
그 순간 깨달았다.
김밥이 아니라 내 인생이 말리고 있었다.
첫 줄은 옆구리가 벌어졌다.
두 번째 줄은 속이 한쪽으로 쏠려서
썰었더니 마치 파도에 휩쓸린 도시락 같았다.
세 번째 줄은 김 끄트머리가 붙지 않아
자꾸 풀렸다.
마치 나의 의지력처럼.
하지만 진짜 코미디는 여기서다.
그 엉망진창 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맛있었다. 진심으로.
형태는 실패했는데
맛은 또 왜 성공하는가.
일요일 아침부터 혼란이 찾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김밥에서 찾고 싶은 건
완벽한 모양이 아니었다는 걸.
그냥 일요일 아침에 해보는
‘나름 괜찮은 시도’ 하나.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웃긴…
그러니까 일요일에 딱 맞는 시도였다.
김밥을 먹고 나니 배도 찼고,
이상하게, 오늘 하루가 이미 조금 괜찮아진 느낌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닐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작고 웃긴 실패 하나면 충분히 괜찮아지는 날.
일요일 아침에 김밥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오늘의 승자였다.
비록 김밥은 졌지만.
독자님은 오늘,
어떤 귀여운 실패로 웃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