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4에 합격하고 한 달 반 만에 출국하기
MBA의 경우, 지원하고자 하는 시기에 따라 Round 1, Round 2, Round 3…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데, Round 1은 일반적으로 9월~10월 경, Round 2는 1월 경, Round 3은 3월 정도이다. (아무래도 학교에 따라 또 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편이다.) 보통은 Round 2에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시험 점수나 서류 등이 미리 준비가 된 사람들은 Round 1에 지원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의 경험은 어떠했나
나는 정량적인 조건들을 Round 1 지원 전에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Round 1부터 들어갈 수 있었다. 혹시라도 전략이 잘못된 경우, 프로파일을 다시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지원하려는 학교 중 일부에만 지원을 했고, 이후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몇 학교에서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Round 2에는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Round 1에서 합격 소식을 들으면 모든 번뇌가 끝날 것이라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한 경험은 어떠했나
남편은 본격적인 지원을 나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1순위: 같은 학교에 같은 시기에 입학하는 것
2순위: 다른 학교에 같은 시기에 입학하는 것
3순위: 같은 학교에 다른 시기에 입학하는 것
인터뷰 과정에서도 어필할 틈이 보이면 우리가 함께 할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와 commitment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봐도 같은 국적에 pre-MBA 경험이 비슷한 두 사람이 같은 학교에 합격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긴 하다.
그 결과, 한 명이 합격하고 한 명이 waitlist가 되거나, 둘 다 같은 학교에 waitlist가 되거나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waitlist가 된 학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다 보니 결국 Round 4까지 원서를 쓰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Round 4에서 1순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같은 학교에 같은 시기에 입학하는 것. Round 4의 결과는 5월 말이 넘어야 나오기 때문에,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비자 프로세스와 학교에서 주는 각종 사전 과제, 이사, 청소 등과 같은 많은 일들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다 처리했어야 했다. 길게 떨어져 지내야 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정말 빠듯하고 알찬 한 달 반을 보내고 미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워낙 성격이 급하고, 무조건 안정적인 것을 지향하는 나에게는 이 끝나지 않는 입시의 굴레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문 닫고 들어간다'는 표현을 써볼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그야말로 MBA에 문 닫고 들어간 느낌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할 만큼 했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그 뒤의 상황까지 걱정하지 않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걱정 인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아직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긴 하지만, 내 성격과는 다르게 좀 더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남편을 보며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
Class of 2026을, 특히 Round 1을 노리고 있다면, 뜨거운 여름 내내 달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일 테다. 작년 이맘때쯤 머리를 뜯어가며 원서를 준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때 고민들과 힘듦은 또 생각이 나질 않고 지금 내 앞에 놓인 일들이 크게만 느껴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도전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을 열고 들어가든, 문을 닫고 들어가든 원하는 좋은 결과만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