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한다

회복은 내가 다시 천천히 걸어가는 방식이다.

by 헬레나

어떤 날은 버티는 방법밖에 몰랐지만,

지금은 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회복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요즘 아침마다 눈이 조금 일찍 떠진다.

몸이 먼저 깬 건지, 마음이 먼저 깬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창밖의 공기는 늘 그렇듯 조금 차갑고, 조금 조용하다.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두 번 한다.

공복의 입안에 바로 음식을 넣는 게 늘 찜찜해서

아침 식전에 한 번, 식후에 한 번.


이 작은 루틴들이 어쩌면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 식사는 아주 간단했다.

노른자를 뺀 달걀흰자를 먼저 먹었는데,

순간적으로 위가 찌릿하게 놀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민한 위는 작은 변화에도 바로 반응한다.


그러다 생마를 잘게 다져 올린 플레인 요거트를 먹으니

금세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위가 참 솔직한 날이었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으로 마무리하니

마음까지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출근길.


건대입구역 환승 계단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87개의 계단이 위로 길게 뻗어 있었다.


한때는 나에게 공포였던 계단이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 직후엔 몇 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턱 막혀

두 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 떨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오르는 법보다,

‘멈추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숨이 차도 괜찮고,

천천히 올라가도 괜찮고,

중간에 잠시 쉬어도 괜찮다.


다시 올라갈 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마음은 때로 더 느리게 움직이지만,

그 느림조차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간다.


가끔은 불안이 덜컥 올라온다.

얼굴이 조금 노래 보이면 황달인가 걱정하고,

아랫배가 아프면 또 다른 상상을 하고,

머리가 지끈하면 생각이 더 멀리 뻗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도 이제는 예전처럼 나를 삼키지 않는다.


불안이 밀려올 때면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지금의 나에게 조용히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

너는 계속 올라가고 있어.”


87개의 계단을 끝까지 올라섰을 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나를 돌보는 연습은

어쩌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렇게 아주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다시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마음의 조각들을

이곳에 조용히 내려놓기 위해서.


오늘도, 천천히.

내일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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