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현장에서 가까워지는 타사 후배들이 있다. 성실함과 능력에 비해 회사의 영향력이나 대우, 조직 메커니즘 때문에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면 가끔은 조심스러운 제안을 해보기도 한다. 당연히 인사권은 없지만, 윗선에 이야기는 해볼 수 있으니까. 실제 이직을 결심하는 친구들에게는 늘 장단점도 짚어준다. 물론 개인마다 가치와 우선순위가 다르므로 각 항목에 가중치를 두거나 결과를 수치화해주진 못하지만. 또한 늘 강조한다. "여기가 거기보다 낫다는 보장은 절대 못한다"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니 나중에 욕먹기는 싫은 비겁함일 수도 있겠다.
최근에도 가까운 몇 명이 우리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 모두 성실하고 근성도 있고 처세도 괜찮은 후배들이라, 진짜 이곳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결과가 있길 기원하고 있다. 특히 그중 한 명은 매달 만날 때마다 점점 더 괴로워하는 걸 봐온지라 회사에 추천했고, 실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얻길 기원하게 된다. 하지만 "합격하면 선배와 같은 팀에서 일하고 싶어요"라는 그의 해맑은 말에는 희한하게도 고운 말이 나가질 못했다. 그냥 "그럽시다"라고 웃어줘도 될 텐데, 굳이 "같이 일하면 사이 안 좋아져요. 난 곧 나갈 건데 어디로 갈 줄 알고?"라고 꼭 쏘고 후회하는 걸 보면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있나 보다.
가끔 눈길 가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건 비단 이너서클로의 손짓만은 아니다. 최근엔 사내 아끼던 후배가 타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며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가 늘 취재해보고 싶어 했던 영역이지만 우리 회사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연봉 상승 폭이 다소 아쉽더라도 갈 것을 권했다. 그러자 후배는 몇 명에게나 물어봤는데 가라고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결국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내가 해준 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준 것뿐이었다. 그게 내가 유일했던 거겠지. 그러고 보니 정작 나는, 직업을 아예 바꿔는 봤어도 동종업계 이직은 해본 적도 없으면서 이런 조언들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 가보지 못한 길에 말을 얹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가볍고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