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너를 사랑할 시간

by LISA

둘째가 백일을 맞았다. 첫째와 달리 예정에 없이 찾아온 딸은 뱃속에 있을 때도, 세상에 나왔을 때도 충분히 예뻐해주지 못했다. 태몽은 집채만 한 두꺼비가 날 습격하는 내용이었는데, 꿈에서도 임신은 하기 싫었는지 기겁하며 오지 말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난다. 깨고서는 떡두꺼비의 역동적 모션(?)이 아무래도 사내아이 꿈인 것 같아 '아들 둘은 목매달'이란 말을 떠올리며 심란해했다.


공식적으로 임신을 확인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열 달 동안에는 막날까지 스트레스받으며 일하기 바빴지 태교란 건 한 번도 없었다. 출산 후에도 만신창이가 된 몸 때문에 친정 엄마와 시터보다도 충분히 안아주지 못했다. 첫째보다 칭얼댈 때면 비교하며 짜증 낸 밤도 길었다. 매일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지 자문했고 상당한 날은 답을 하지 못했다. 어떤 밤에는 잠든 아기를 보면서 "미안하지만 내게는 너한테 줄 시간도 마음도 없어"라고 냉정하게 말했고, 다음 날에는 "너를 사랑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라고 미안해했다.


그러다 복직할 때가 가까워 오니 아기도 눈치를 보는 건지 벌써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더 이상 분수 토도 하지 않았다. 배냇짓도 더 자주 예쁘게 해 주었고, 100일도 되지 않아 몸을 뒤집었다. 여자 아이라 그런지 새로운 느낌도 있었다. 어느새 나는 아이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뽀얀 뺨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볼수록 신기하게도 첫째와 참 많이 닮았다. 그 말인즉슨 나와 똑 닮았단 뜻이고, 피는 참 무섭다는 생각을 또 했다.


사람들은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하니 축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딸이 친구가 돼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나의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냥 무한히 예뻐하고 싶을 뿐이다. 시작은 영 틀려먹은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이 쌓이면 사랑도 쌓인다. 지난 100일이 그걸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주었다. 그리고 너와 내게는 앞으로 더욱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미안함조차도 다가올 사랑이 서서히, 그리고 완전에 가깝게 덮어줄 것으로 믿는다.


+) 친구가 돼주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얼른 커서 쇼핑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예쁜 옷과 가방과 구두와 액세서리와 화장품이 무궁무진하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카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