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to Yesterday

by LISA

오랜만에 마주한 부산 앞바다는 여전히 짙고 거칠었다. 고층 빌딩에 낀 해무는 어수선함을 더했다. 지역 사람들 특유의 높고 귀에 때려 박히는 목소리도 가뜩이나 곤두선 신경을 자극했다. 격랑을 함께 지나왔고, 또다시 큰 파도를 코앞에 둔 지인과 어디로라도 떠나볼까 하고 찾은 곳이지만 도착한 순간 뭔가 잘못 골랐나 싶었다. 별들이 쏟아지는 영월의 언덕이나, 천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밤의 계림이 페어웰 -을 기원하는- 투어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가면 늘 뭔가 메시지를 얻고 돌아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도 한 탓이리라. 그러기에 부산은 내게 너무 크고 시끄러운 도시였다. 어쩌면 서울보다도 더, 희한하게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어수선한 와중에 생각과 마음을 조금씩 정리해 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라도 큰 흐름을 읽는 페이스를 회복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할 만한 일이었다. 의식적으로 그러려고 노력한 건 아니었는데, 이젠 습관이 된 멀티 태스킹을 여행지에서까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입에 빵을 물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드라마도 틀어놓고 심지어 전화 통화까지 동시에 하는 게 여자라지만.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제 나는 롤이 더욱 많아져서 멀티 태스킹을 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려워졌단 걸 깨달았다. 과거엔 선택 과목으로써의 강점이었다면 지금은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필수 과목이 된 것이다. 그게 굳이 부담스럽거나 벅차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도 역시 생존 본능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롤이 많아졌다고 해서 꼭 무언가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결핍 때문에 필요로 하는 건 욕심이겠지만 순수하게 원하는 건 온전한 선택이다. 욕심은 버리는 게 좋겠지만 순수한 선택이라면 포기할 필요도 없고 또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이 나를 위험하게 보이게 하거나 때로는 실제로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도 잘 알지만, 나의 멀티 태스킹에는 욕심과 선택을 판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상경했더니, 또 어제의 나와는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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